여성인권운동가 향년 97세 18일 발인… 생존자 7명 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길원옥 할머니가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1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께 길 할머니는 인천 연수구 옥련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1927년 9월10일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난 길 할머니는 1940년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 하얼빈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은 위안부 피해자다.
길 할머니는 생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왔다. 당시 겪은 끔찍한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살다가 1998년 용기를 내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한 뒤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길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서울의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빠짐없이 참석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은 물론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 등을 요구했다. 또 유엔(UN) 인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등에 참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등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앞장서왔다.
이 밖에도 길 할머니는 호주, 캐나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해 애썼다.
길 할머니는 당뇨, 연하장애, 호흡곤란 등의 건강악화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길 할머니는 생전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고, 그 진실을 기반으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라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이 과정에서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며 “배가 고파 밥을 달라는 것이 아니고, 옷을 입혀 달라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길 할머니의 별세로 인천에는 더 이상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가 없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40명이며, 현재까지 국내에 생존해 있는 피해자는 7명 뿐이다.
이날 길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는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한 조문객들과 화환들로 가득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근조 화환을 보내 오랜 지기의 넋을 기렸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근조 화환과 조기를 보내며 추모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길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유 시장은 “길원옥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안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인천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길 할머니는 오는 18일 발인(인천가족공원)을 통해 영원한 안식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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