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지난해 2천6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냈다.
제련업과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경영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석포제련소의 가동 중단까지 예정돼 있어 영풍이 고려아연 적대적 M&A에만 몰두한 채 사업 정상화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풍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7천857억원, 영업이익은 -1천622억원, 당기순이익은 -2천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줄었으나, 매출액은 25.95%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3배 이상 커졌다. 영풍이 한 해에 2천6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중대재해 및 환경오염 문제로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50%대(2024년 3분기 말 기준)까지 떨어진 점과, PCB 자회사인 코리아써키트가 유형자산손상차손으로 1천2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점이 꼽힌다.
영풍 측은 이에 대해 “연결 지배 및 종속기업의 실적 악화로 인해 연결손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제련업과 PCB 사업 전반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며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석포제련소가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인해 2월26일부터 4월25일까지 58일간 조업이 중단될 예정이지만, 영풍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영풍이 고려아연 적대적 M&A에만 집중한 채 정작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요구하는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향상, 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는 오히려 영풍 스스로가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M&A 과정에서 영풍이 내세우는 논리가 ‘내로남불’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주들은 영풍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두 차례 공개서한을 통해 영풍에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다. 영풍정밀 역시 집중투표제 도입, 현물배당 도입,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영풍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의 자사주 소각 요구에 대해 자사주 배당으로 응수하는 등 주주 요구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고, 영풍정밀의 주주제안도 사실상 무시하며 소통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실적 악화가 지난해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석포제련소 가동이 58일간 중단되면 생산량 감소로 인한 매출 및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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