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 사상 최고치 기록하자 사고 파는 사람 늘어 세계는 금 사는데… 한은, 11년째 금 추가 매입 보류
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 온·오프라인 거래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11년째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아 세계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6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2천90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아지는 금값에 한국금거래소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후 1시 50분 기준 1만4천 명이 넘는 접속자가 몰려 4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했다.
경기일보 취재결과, 실제로 금을 파는 금은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종로의 한 금은방에서는 "현재 물건이 전량 소진됐으며, 골드바 주문 제작에는 최소 1~3주가 소요된다"고 안내했다.
수원의 한 금 매입 업체 관계자는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설 명절 이후 금값이 계속 오르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분들이 금을 팔러 왔다. 이후로도 계속 금값이 올라 고객들이 계속 방문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판매한 금의 물량은 많아졌지만 공장에서 순수 금으로 재가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나날이 오르는 금값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았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104.4t으로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8위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36위에서 두 계단 하락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3위)과 유럽중앙은행(ECB·13위)을 포함하면 40위까지 밀려난다.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상위 40위권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금 매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블로그를 통해 "금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견해가 우세하며, 향후 투기적 금 선물 매입 포지션이 청산되면 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 금값은 꾸준히 상승하며 2013년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규모는 1천186t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 동안만 333t이 매입됐다. 지난해 말 금 보유량은 미국이 8천133.5t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3천351.5t), 이탈리아(2천451.8t), 프랑스(2천347.0t), 러시아(2천335.9t)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33.9t을 추가로 사들여 러시아와의 격차를 좁혔다. 또한 폴란드는 89.5t, 튀르키예 74.8t, 인도 72.6t을 매입하는 등 주요국들의 금 보유량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차지연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수요 증가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연결돼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금값 상승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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