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지 못한 청년들…“업계 구조 개선 필요”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 下]

전 산업 평균 임금 대비 턱없이 낮아
고생 이미지… 사회적 인식 부정적

건설업계가 경기 침체로 인해 오랜 시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향후 건설업을 이끌어 갈 청년 인재마저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기관, 지자체는 청년 건설인 육성을 위해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사업은 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일회성 정책으로 사라지고 있다. 극심한 인력난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건설업계의 현 상황을 청년 육성 대표 사업인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통해 살펴보고 청년 건설인 육성을 위한 대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 건설업계 망설이는 청년들

 

부천공업고등학교에서 '2023년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마친 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된 모습. 부천공업고등학교 제공
부천공업고등학교에서 '2023년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마친 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된 모습. 부천공업고등학교 제공

 

건설업계에 청년들이 남아있지 못하는 현실엔 건설업에 대한 인식이 ‘고생’으로 고착된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는 지난 2021년 기준 165만2천명으로 전년보다 1.2%(1만9천명) 줄었다. 건설 공사액이 같은 기간 6.5% 증가한 308조원을 기록했지만, 종사자는 2019년(172만명) 대비 2년 연속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노동 대비 낮은 임금은 건설업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다.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건설 근로자들의 평균임금도 상승했지만, 전산업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건설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 2023년 12월 기준 349만6천원으로, 2022년 대비 2.25% 늘었으나 전체 산업 근로자 임금 평균보다 100만원가량 낮았다.

 

이 기간 전산업의 월평균 임금은 443만3천원이었으며, 월평균 임금이 가장 높은 산업은 금융 및 보험업 934만3천원,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 813만5천원 순이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 외에도 건설업이 가지고 있는 소위 ‘막노동’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사회적 인식도 청년층 사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설산업연구원이 실시한 ‘건설산업 이미지 현황 및 개선 방안’ 조사에서 국민의 89%가 건설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며, 청년층 대상 건설업 이미지 현황 등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93%가 ‘건설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승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건설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해 온 성과에 비해 건설인의 가치와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 현장에서 젊은 건설인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며 “젊은 층이 사라지는 산업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예산도 의지도 ‘실종’…청년 기능인 육성 노력 없다

지난 2023년 부천공업고등학교 등 도내 5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포함, 전국 10개교에서는 '2023년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이 진행됐지만, 해당 사업은 반년 만에 종료됐다. 교육이 진행됐던 교실은 텅 빈 채 남아있다. 이지민기자
지난 2023년 부천공업고등학교 등 도내 5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포함, 전국 10개교에서는 '2023년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이 진행됐지만, 해당 사업은 반년 만에 종료됐다. 교육이 진행됐던 교실은 텅 빈 채 남아있다. 이지민기자

 

안정적인 근로 환경 보장, 높은 임금과 같은 방안을 통해 청년을 유입, 건설업계가 처한 인력난을 해소하고 건설업의 기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와 관계 부처는 예산을 삭감하거나 관련 사업을 종료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청년 건설 기능인력 확대 육성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 교육기관을 운영했으나, 지난 2023년 비용을 전액 삭감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를 통한 건설 기능학교 운영 역시 어려워졌으며, 위탁 운영되던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건설 기능학교와 민간 건설 기능학교도 문을 닫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교육 강화 및 체계적인 취업 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해 경기‧인천교육청,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손을 잡고 설립한 ‘LH 소명터’ 사업도 2018년부터 3년간 운영되다 2020년 3기 졸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 8월 정부는 ▲공공부문 투자 및 주택공급 확대 ▲공사비 상승 대응 ▲PF리스크 관리 등 건설업 일자리 수요 보완 방안을 담은 ‘건설업 일자리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건설업의 고용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업계 구조 개선 필요”…중장기적 플랜 세워야

전문가들은 업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난해 7월 열린 한국건설경제산업학회 ‘건설산업 위기 진단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오치돈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과거 인력 부족은 급증한 공사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발생했지만, 현재는 시장 침체 속 청년층이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면서 건설 인력 관련 제도·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내 전담 부서 신설을 제안했다.

 

이러한 전담 부처 신설 이후엔 청년 건설 기능인 육성을 위한 중장기 플랜 수립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 현장은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50, 60대에 이르는 고령화 상태다. 또 외국인 노동자이거나 교육훈련을 받아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능수련까지 받은 훈련생은 건설업계가 환영한다”면서도 “이런 차원에서 특성화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기능 훈련을 진행해 사회로 배출해야 하는데, 특성화고등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학교 내에서도 시공 등 현장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인력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기능인’이라고는 하지만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타이틀에 갇혀 그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되는 등 고용 불안정이 크고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청년들이 건설업계 진출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면서 “이런 업계에 대한 인식과 처우, 근로환경 등 청년 기능인들이 주저하는 환경적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정부가 나서야 하는 부분이며, 중장기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텅 빈 건설현장, 청년은 없었다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 上]

https://kyeonggi.com/article/202501135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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