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60만원 피해에 전셋집까지… ‘고래협력프로젝트’ 추가 피해자 등장

2천만원 투자로 시작...10년간 택시운전으로 번 돈까지 잃어

“우리 같은 사람에게 1억원은 평생을 일해도 모으기 어려운 돈입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 이야기를 꼭 전해주세요.”

 

지난달 23일 경기일보를 찾은 한모씨(67)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고래협력프로젝트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큰 상실감에 시달리다 투자 광고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경기일보의 고래협력프로젝트 연속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 어렵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떠나보낸 한 씨는 깊은 상실감에 집 안에만 머물며 시간을 보내던 중 유튜브 광고 하나를 접했다. 광고에는 유명 투자자의 주식 교육 정보가 담겨 있었고 “주식을 전혀 몰라도 배울 수 있다”는 문구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를 통해 그는 네이버 밴드 ‘골든개미주주모임’에 가입해 투자 공부를 목적으로 한 단체와 교류를 시작했다.

 

피해자 한 씨가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 A씨와 네이버 밴드 대화방을 통해 나눈 실제 대화. 피해자 한 씨 제공
피해자 한 씨가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 A씨와 네이버 밴드 대화방을 통해 나눈 실제 대화. 피해자 한 씨 제공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활동을 관망하는 데 그쳤지만, 단타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고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이 생겼다. 이후 단체는 ‘고래협력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했다. 평소 경계심이 강해 쉽게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던 한 씨였지만, 운영진이 거론한 전 NH투자증권 대표의 이름에 신뢰를 가졌다. 또, 자신을 대표의 비서라고 소개하며 개인 번호까지 제공해 통화한 A씨의 친근한 태도는 그의 의심을 누그러뜨렸다.

 

지난해 11월11일, 한 씨는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처음에는 2천만원으로 시작했지만 “투자 금액이 많을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말에 마음이 동해 추가 투자를 결심했다. 결국 그는 10여년 간 택시 운전으로 모은 돈과 전세 자금 등 총 1억6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사기임을 확신하게 된 계기는 ‘△△△DX’ 주식 특별 배정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였다. 운영진은 해당 주식을 5천원에 매수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한 씨가 실제 증권사 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 해당 주식은 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90% 낮춰 매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운영진은 높은 수익률을 빌미로 가짜 사이트에서 그의 계좌에 4억원이 있는 것처럼 조작된 잔고를 보여줬고, 한 씨는 운영진의 안내에 따라 ‘△△△DX’ 주식의 매수, 매도를 반복했다. 가짜 잔고는 14억원까지 불어난듯 보였다. 하지만 그 돈을 출금할 수 없었다.

 

피해자 한 씨는 지금도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을 만나기 전 접한 유튜브 내 광고와 비슷한 광고들이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에서 캡쳐한 광고 예시. 피해자 한 씨 제공
피해자 한 씨는 지금도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을 만나기 전 접한 유튜브 내 광고와 비슷한 광고들이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에서 캡쳐한 광고 예시. 피해자 한 씨 제공

 

결국 사기임을 깨달은 그는 믿음의 시작이었던 유명 투자자 B씨의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 문의를 남겼고, 자신은 프로젝트와 무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본 후불제 구제 서비스를 이용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돈이 마카오 카지노로 세탁됐다”며 신분증과 상세 정보를 요구했다. 한 씨는 또 다른 피해를 우려해 모든 연락을 끊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유튜브를 열 때마다 내가 처음 접했던 것과 비슷한 사기 광고가 여전히 떠돌고 있어 절망감을 느낀다”며 “10년간 모은 돈이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이번 일을 통해 다시 삶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27일 고래협력프로젝트의 집중수사관서로 지정된 충청남도경찰청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 규모는 39명, 피해 금액은 총 48억원으로 잠정 결론(경기일보 1월 23일 9면 보도) 짓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관련기사 : [단독] '고래협력프로젝트'를 아시나요? NH투자증권 사칭 주의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21158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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