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과 사이트에 명절 선물세트 판매글이 쏟아지고 있다. 명절 이후 받은 선물을 되파는 풍경은 익숙했지만, 특히 올해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가성비 선물 수요가 맞물리며 선물용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중고거래 시장에 대거 몰리고 있다.
25일 설 연휴를 앞둔 직장인 이모씨(37)는 중고거래앱을 통해 고향에 가지고 갈 선물을 준비했다. 그는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부담이 덜했다”며 “포장도 깔끔하고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씨(55)는 “예년처럼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고민이 많았다”며 “중고거래앱을 통해 비슷한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구매했다. 품질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명절 이후 중고거래 사이트를 가득 메웠던 선물 세트가 명절 전부터 등장해 ‘가성비 설 선물 구매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햄, 참치, 기름 세트와 영양제 판매 글에는 ‘설 선물’과 ‘새 제품’을 강조하고 있다. 게시물에는 설 이전 거래 가능 여부를 묻는 답글이 잇달아 게시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13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 명절 소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6%가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반면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22.0%에 그쳤다. 특히 설 선물 구입 기준으로는 응답자의 68.2%(복수응답)가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꼽아, 합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실속 있는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설 연휴는 얇아진 지갑 탓에 간소화된 선물 문화와 가성비 중시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중고거래 플랫폼은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똑똑한 소비자에게 대안적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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