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마음 여행 ‘라트비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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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처럼 고적하고 싸늘한 작업실은 냉혹한 자극이다. 웅크린 채 생각에 잠기다가 먹잇감 본 사마귀처럼 화폭에 덤벼든다. 무모함은 겸손한 추억으로 치환해야지. 문만 열면 허전한 도시가 등을 보이지만 건물 꼭대기 나의 작업실은 파피용(스티브 매퀸)의 독방 같다.

 

한때 세계를 구름에 달 가듯 드나들며 여행이 인생의 주제였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중단된 나의 여행은 교통사고 환자의 후유증처럼 선뜻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나는 매년 두 달 세계의 오지를 여행해 왔다. 나이 들어도 갈 수 있을 문명 세계는 남겨뒀는데 요즘 욕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행의 의미와 인생관이 바뀌어 가는 이유일까. 내 삶의 여백이 점점 협소해져 천국 여행이 더 가까이 오지나 않을지, 돌아올 수 없는 영원의 행장이 아직 꿈이기를 바란다. 동유럽의 고풍스러운 주황색 건물 사이 거리를 걷고 싶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의 멋진 풍경을 오늘은 수강생 최승은님이 그렸다. 늘 진지한 태도로 경칩의 개구리처럼 도약하는 그의 그림은 나에게도 즐거운 희망이 된다. 캠퍼스 커플이라는 동갑내기 남편과 특별한 아드님 이창호군에게도 올해의 여행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는 게 마음 여행 같다. 이런 시가 내게로 왔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사람의 마음뿐이다/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정호승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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