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운 곳에서, 더 다양한 문화활동을 제공한다.”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이 4년간 추진한 ‘부평별곳’의 목표다. 재단은 해마다 부평지역 곳곳의 공간들을 찾고, 이곳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재단은 이를 통해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받은 부평구 주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4년간 재단이 추진한 부평별곳 사업을 돌아보고, 지속가능성을 찾아 본다. 편집자주
■ 부평별곳…생활용품 제작 공방·악기 연주·독서토론 등
재단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부평별곳’ 사업을 추진,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29일 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해마다 부평지역 곳곳에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이곳에서 문화예술·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부평별곳’ 사업을 하고 있다. 부평별곳은 ‘부평의 별의별 개성이 지닌 곳’이라는 뜻으로, 재단이 지은 사업 이름이다.
재단은 올해 ‘공간형’과 ‘협업형’으로 나눠 참여 공간을 모집했다. 공간형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술·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형으로 재단이 기획·운영비를 최대 400만원 지원했다. 또 협업형은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진 않으나 문화도시사업과 연계·협력하는 유형으로, 재단이 사업 매칭을 통해 공간 사용 시 공간사용료 1시간당 8만원을 줬다.
재단 관계자는 “부평별곳은 카페,식당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 문화예술 또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창조·향유할 수 있는 곳을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평별곳 사업을 통해 집 앞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지역문화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부평별곳 46곳 확대…주민 2천여명 큰 호응
재단은 그동안 부평별곳 46곳을 지정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 주민 2천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문화를 즐기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재단이 지원한 부평별곳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를 끈 공간은 갈산1동의 ‘부평구 문화예술인협회’다. 지난 2022~2023년 주민 618명이 참여해 국악과 무용, 미술, 서예, 사진 등을 배웠다. 협회 소속 전문예술인들이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공방 프로그램들도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부평2동 ‘빛짜루공방’에선 레몬청·비누 만들기 등 실용품 제작과 마을 이야기 나누기 프로그램이 이뤄지면서 주민 162명이 참여했다. 갈산2동 ‘구스타’에선 자몽청·초코 미니파운드 만들기 수업을 운영 발달장애인과 아이들, 어르신들이 모두 함께 즐겼다. 주민 53명은 부평1동 ‘길기타’에서의 ‘나만의 우쿠렐레 만들기’ 수업에 참여해 악기를 만들며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공연 프로그램도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부평3동 펍캠프마켓에선 70~90년대 팝과 포크송 공연이 이뤄졌다. ‘응답하라! 그 시절 그때!’를 주제로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고, 주민 113명이 함께 공연을 즐겼다. 부개1동 ‘부개사거리소극장’에선 시민들이 직접 공연에 참여해 관객들 앞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부평5동 ‘차나드리’에선 경기민요 4곡을 체험하는 장이 열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청천1동 ‘뫼골문화회관’에선 청년들의 토크콘서트가, 삼산1동 ‘신나는 여성주의도서관 랄라’에선 여성들의 토크콘서트가 각각 열리며 200여명 넘는 주민들이 각자의 소신을 얘기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 김연주씨(41)는 “집 근처에서 이웃들과 함께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재단이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공간 간 교류…더 풍부한 문화 프로그램 제공
재단은 주민들이 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공간 간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부평별곳으로 지정받은 공간끼리 각각의 문화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재단은 지난 2022년 사업 평가에서 부평별곳 공간끼리 교류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한 참여자의 제안을 반영해 이같은 교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먼저 ‘미래문고’와 ‘길기타’, ‘스튜디오파란’이 교류에 나섰다. 이들은 서로의 운영장소에서 각자의 프로그램인 캘리그라피와 사진, 원목 다루기 등을 교육했다.
또 ‘LIFE, LIFE’는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랄라에 가서 사진 관련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했다. 반대로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랄라는 ‘LIFE, LIFE’에 가서 타로카드를 활용한 내면 여행 프로그램을 4차례에 걸쳐 제공했다.
특히 ‘빛짜루’와 ‘드림놀이터’는 ‘구스타’를 찾아 머그컵·접시 만들기와 초코 큐브파운드 만들기를 각각 했다. ‘해봄터’와 ‘아마레 성악 스튜디오’는 뫼골문화회관에서 냅킨아트 기법 익히기와 클래식 음악 공연 프로그램을 각각 제공했다. 이 밖에도 ‘차나드리’는 ‘글리썸’에서 유리잔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30여명이 참여했다.
재단은 부평별곳 공간 간 교류에 참여한 주민들의 작품을 부평생활문화센터 공감168에 전시했다.
재단 관계자는 “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원하는 주민들이 많아 우선 부평별곳 공간끼리 문화 프로그램을 교류하는 사업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새로운 공간을 지정하고, 더 다양한 분야의 문화 프로그램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더 커진 부평별곳… 지속가능성 확보
재단은 부평별곳 공간을 더 많이 선정하고, 지원 기간도 늘려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재단은 공간형에서 선정 규모를 지난해 16곳에서 올해 25곳으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종전 카페, 서점 등 공간 운영자를 비롯해 ‘작은 도서관’과 지난해 부평별곳 운영자가 부평별곳을 다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재단은 지원 기간도 2년으로 늘리고, 신규 공간 운영자에 대한 교육도 제공했다.
재단은 협업형의 운영 방향을 수정했다. 올해 부평별곳 운영 방향을 종전 문화사업을 위한 공간 제공에서 동호회, 모임 등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념을 확대했다. 문화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위해 시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재단은 부평별곳 사업을 재단 재원으로 지원하되 최대 운영 금액을 자부담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오는 2025년까진 100%를 재단이 지원했다면, 2026년부턴 재단이 사업비 5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프로그램 참여자가 30%, 운영자가 20%를 부담하는 방안으로 바꾼다. 재단은 이를 위해 문화도시조성기금, 집단 펀징 등 프로그램 운영비용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선다.
이와 함께 재단은 3인 이상 시민 주체 모임의 생활문화, 독서, 회의, 인문학 강의 등 문화 활동에 대한 부평별곳 공간 대관비를 일부 지원한다. 재단은 10명 이하 모임에는 1개월 최대 9만원, 10명 이상 모임에는 12만원을 제공해 더 많은 시민들이 부평별곳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재단은 다른 기관이 운영하는 사업과도 연계한다. 재단은 부평사회적경제마을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서관 등과 연계해 이들 기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각 기관이 아닌 부평별곳에서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다. 이 경우 당초 해당 기관까지 가야 하던 시민들이 집 근처에서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주민 이가연씨(31)는 “부평별곳 공간들의 자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활동들도 집 근처에서 참여할 수 있어 더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앞으로 부평별곳의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더 많은 시민들, 기관들이 부평별곳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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