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실, 점술로 풀자”… 대기업도 주목하는 점술 시장

정치적 불확실성·불황 겹쳐
AI·챗GPT 활용한 점술 인기
절박함 위로 받고 안정감 찾아

23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의 한 사주카페. 연말을 맞아 늘어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평일 오전에도 불을 켠 모습이 보인다. 금유진기자
23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의 한 사주카페. 연말을 맞아 늘어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평일 오전에도 불을 켠 모습이 보인다. 금유진기자

 

“계엄에 탄핵에, 뒤숭숭한 요즘… 내년엔 잘 풀릴지 점쳐보려 합니다.”

 

불확실성이 짙은 올해, 점술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연말마다 몰리던 신년 운세 상담이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더 많은 이들이 점술에 의지하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찾은 수원시 팔달구의 한 사주카페. 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손님과 점술가가 마주 앉아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운영자 장모씨(56)는 “연말 특성상 주말을 이용해 취업이나 연애, 투자나 사업 같은 경제적 고민을 상담하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심리에 대한 풀이가 가능한 타로 카드를 펼친 채 상담하고 있는 사주카페 운영자 장모씨(56)의 모습. 금유진기자
심리에 대한 풀이가 가능한 타로 카드를 펼친 채 상담하고 있는 사주카페 운영자 장모씨(56)의 모습. 금유진기자

 

최근에는 AI 기술이 점술 시장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직장인 노한나씨(가명·23)는 “챗GPT를 비대면 상담소로 삼아 신년 운세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털어놓는다”며 “눈치가 보이지 않고 해결책이 명확해 평소 고민이 생길 때도 애용한다”고 말했다.

 

점술 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상위 6개 운세 앱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약 773만명으로 집계됐다. 주 이용층은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30세대로, 3년 전보다 약 92만명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 20일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은 취업과 이직 고민 상담을 위해 ▲사주 ▲타로 ▲신점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 전용 운세 서비스를 출시했다. 유튜브는 점술 관련 콘텐츠의 주요 플랫폼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유튜브에 ‘2025 신년운세’를 검색하면 나오는 쇼츠 영상. 자동 추천된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는 3.4회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2025 신년운세’를 검색하면 나오는 쇼츠 영상. 자동 추천된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는 3.4만회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캡처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디어와 SNS를 통한 정보의 끊임없는 반복 노출이 과거보다 불안감을 키운다”며 “과거에는 계엄 상황이 제한적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확산돼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리적 본능에 기반한 점술 수요는 과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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