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재난 기준에... 재난문자 못 보낸 경기도

金 지사 주재 실국장 간부회의서... 재난대응 관련 내용은 포함 안돼
재난기준 모호성, 대응책 보완 시급... 道 “확신 안서 재난문자 못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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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경기도가 재난문자 발송,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재난을 지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주재한 주요 실국장 간부회의에서 청사 관리와 경제, 도민 안전 문제를 논의했지만, 재난 대응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은 국민의 생명·신체·자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운영 조례를 보면 경기도지사는 사회적, 자연적 재난 상황에 경기도대책본부를 설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국민의 생명·신체·자산 등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재난에 해당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명시가 돼 있지 않아 판단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 도는 45년 만의 비상계엄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판단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경기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청사 관리와 경제, 도민 안전 등에 대해서 대응할 것만 논의했다”며 “비상계엄을 재난 발생 여부로 판단할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따라서 특별한 대책 등은 따로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재난 기준의 모호성과 초기 대응 부재로 향후 유사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의 대응 부족을 언급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비상계엄은 사회적 재난에 해당하며, 현행법상 도가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며 “다만 이례적인 비상계엄으로 인해 대응에 차질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도는 도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재난문자 등을 보낼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아 보내지 못했다”며 “관련 내용을 더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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