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부재중전화’ 표시와 스토킹처벌법 위반 여부

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심갑보 변호사
심갑보 변호사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에 의하면 검사는 스토킹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법원에 100m 이내의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법원은 잠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 만일 접근금지 등의 잠정조치를 명령받은 사람이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2년 이내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범죄에 해당한다.

 

A는 법원으로부터 B의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말 것’을 명하는 잠정조치를 명령받았다. 그럼에도 A는 B에게 수십 회 전화를 걸었는데, 다만, B가 수신 차단을 해두어 B의 휴대전화에는 ‘수신 차단 기호’와 ‘부재중전화’가 표시됐다.

 

검사는 법원이 명한 잠정조치를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A를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과연 A의 행위는 범죄에 해당할까. 즉, B의 전화에는 ‘수신 차단 기호’와 ‘부재중전화’ 표시만 나타났음에도 A의 행위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해당하는가.

 

이에 대해 하급심은 B의 휴대전화에 표시된 수신 차단 기호 등은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도달된 글·부호’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해 B에게 나타난 글·부호’에 해당할 여지는 있으나 A가 전자적 방식에 의해 송신한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서 A는 전화를 걸었을 뿐이며 B의 휴대전화에 표시된 수신 차단 기호나 부재중 전화 표시는 휴대전화 자체의 기능 등에 의해 자동으로 표시된 것일 뿐이어서 A가 그러한 기호나 표시를 ‘송신’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대법원(2024년 9월27일 선고 2024도7832 판결)은 A가 B에게 전화를 걸면 ‘A가 B와 전화 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의 전파가 송신돼 기지국, 교환기 등을 거쳐 B의 휴대전화에 수신되고, 이때 B가 전화 통화에 응하지 아니하면 A가 송신했던 위와 같은 내용의 정보가 B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문구, 수신 차단 기호 등으로 변형돼 표시될 수 있다. 이러한 부재중 전화 문구, 수신 차단 기호 등을 ‘A의 송신 행위 없이 B에게 도달된 것’ 내지 ‘B 휴대전화의 자체적인 기능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으며, A가 전화 통화를 시도함으로써 이를 송신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실제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A의 행위는 잠정조치를 위반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판시해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이 사안에서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A가 B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건 행위는 법원의 잠정조치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범죄에 해당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도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즉 A는 동시에 2가지의 죄를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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