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유튜브 부다방TV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드디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가 발표됐다. 분당 세 곳 1만1천가구, 일산 세 곳 8천900가구, 평촌 세 곳 5천500가구, 중동 두 곳 6천가구, 산본 두 곳 4천600가구로 총 13개 구역에 3만6천가구가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는 해당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로 야구 경기에 빗대면 가장 먼저 출전하는 1번 타자에 해당한다. 1번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면 그 팀의 승리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기에 중요하고 재능이 있는 타자를 선정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서 1번 타자가 되기 위해 많은 단지가 수개월 동안 치열한 경쟁을 했다. 필자도 올여름 분당에 있는 모 단지에 초대받아 찬조연설을 하러 갔는데 여름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선도지구 선정 기준은 ▲주민 동의 60점 ▲주차대수 10점 ▲도시 기능 활성화 10점 ▲통합 정비 참여 10점 ▲사업 실현 가능성 10점 ▲기부채납 가산점 6점으로 평가를 했는데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대부분의 단지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보여 결국 기부채납 점수에서 당락이 결정된 것 같다.
점수로 공정하게 평가했다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아쉬운 점은 남는다.
재건축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사업성으로 결국 일반분양을 많이 뽑고 일반분양가를 높이 책정해 추가 분담금을 최대한 낮춰야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 순항할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용적률을 최대한 높게 받을 수 있도록 준 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용이하고 높은 분양가에도 일반분양이 성공할 수 있는 역세권 인기 단지가 선정되는 것이 1기 신도시 재건축 전체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요했는데 선도지구 선정 단지를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역세권이 아니고 지역 안배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구역에만 몰리는 현상도 발생했다.
공정하게 처리해 잡음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 세부 점수표를 함께 공개해 탈락한 단지들이 수긍하도록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선도지구가 선정됐으면 이제 본격 추진해야 하는데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제시한 2027년 착공, 2030년 완공 목표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가능하다.
2027년 착공에 들어가려면 지금 이주를 시작해야 한다. 설사 2027년 착공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3만6천가구의 이주 수요가 나오면 주변 집값 전셋값 폭등은 불 보듯 뻔하다.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건축심의, 사업시행계획 인가,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계획 인가 과정을 거쳐야 이주하고 철거를 할 수 있는데 아직 조합 설립도 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조합 설립을 하는 데만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구체적인 사업비와 추가 분담금이 나와 재건축 조합과 사업 시행에 대한 동의까지 받았다면 모를까 선도지구 지정만을 위한 동의만 받은 상태여서 막상 본 게임에 들어가면 원하는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 추진위에서는 2억~3억원 추가 분담금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억원 이상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마저 지금 진행해야 그렇지 10년 이상의 사업 기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10억원이 넘는 추가 분담금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소송에 걸리지 않고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해도 15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진행이 된다고 하지만 지켜야 할 절차가 있고 특별법이 학교 문제 사전 해소, 부동산원 분담금 산출 지원, 전자 동의 방식 도입 등 행정 지원과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펀드 자금 조달 등 금융 지원, 협력체 구성, 찾아가는 설명회 등 협력형 정비 정도의 지원만으로 획기적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는 어렵다.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분쟁이 생기는 것은 돈 문제다. 추가 분담금과 사업비를 두고 조합 내부의 갈등,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 기부채납을 두고 지자체와의 갈등은 정비사업의 단골 메뉴다. 지금은 마치 다 해줄 것 같은 지자체도 기부채납 문제는 양보하기 어렵다. 선도지구 지정을 하면서 기부채납을 많이 하겠다는 단지에 점수를 더 줬는데 기부채납을 적게 받겠다면 탈락한 단지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은 이제 첫걸음마를 뗐다. 대학을 졸업하려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과정을 거쳐야 하듯이 재건축도 여러 어려운 단계를 밟아야 한다.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서울대 의대에 입학할 목표라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겠는가. 선도지구 선정이 된 후 일부 단지는 5천만원에서 2억원까지 호가가 올랐다고 하는데 험난한 긴 여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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