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인력시장, 건설업 불황에 인력사무소 ‘직격탄’

인력사무소 새벽부터 발길 장사진... 절반 이상 일감 없어 집으로 ‘한숨’
금리 인상에 대출 규제 악재 겹쳐... 건설사 공사 기피 일용직 직격탄

지난 25일 오후 2시께 찾은 성남시 금광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가 작업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금유진기자
지난 25일 오후 2시께 찾은 성남시 금광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가 작업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금유진기자

 

“일은 줄고, 사람은 늘고... 이제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지난 26일 오전 6시께 성남시 모란역 인근 나두 인력사무소. 이른 새벽부터 일감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사무소 안팎으로 길게 늘어섰지만, 정작 출근길에 오른 이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권기성 나두 인력 대표(63)는 “인력사무소를 운영한 18년 중 요즘이 가장 고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매일 새벽 수십명이 사무소를 찾아오지만, 다섯 중 넷은 일감이 없어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인력을 많이 내보내야 우리도 돈을 버는데, 지금 매출로는 역세권 자리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전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명역 부근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임상진씨(가명·56)도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200군데 일자리 공고가 올라왔던 것과 달리, 요즘엔 100군데도 안돼 일용직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전 월 500만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3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이마저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적자”라고 토로했다.

 

건설업계 불황으로 일용직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며 인력사무소 영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27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5만7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했다. 이는 1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9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도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모두 고용이 감소했는데, 임시일용직은 5만9천명이 줄며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6만1천명이 감소하며 숙박 및 음식점업 다음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며 건설 현장의 자재비와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건설사들이 신규 공사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가급적 인력을 쓰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업계의 고용 축소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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