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금지 안전수칙… 외국인 사망사고 줄이는 생명줄 [산업안전PLUS]

29일 오전 화성시 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4대금지 캠페인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안형철기자
29일 오전 화성시 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4대금지 캠페인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안형철기자

 

#1. 올해 10월10일 남양주 플라스틱 생수통 제조공장에서 20대 외국인 남성이 생수통 모양을 만드는 성형기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 지난해 8월9일 안성 신축상가 공사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9층에서 작업 중 바닥이 내려앉으면서 변을 당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와 근로환경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는 한국인 근로자 보다 더욱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상당수는 한국인이 꺼리는 3D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환경에 놓여있고 지난 6월24일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리셀 화재와 같이 대형 재난 발생 시 의사소통이 어려워 대피 등에서 한국인 보다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4대금지 안전수칙’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외국인 안전인식 고취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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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지 안전수칙. 안전보건공단

 

■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는 내국인의 1.4배 이상

 

법무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92.3만명으로 노동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고사망만인율을 살펴보면 전체근로자 0.39인 반면 외국인근로자는 0.53으로 약 1.4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고사망만인율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들이 처한 환경에게 기인한다.

 

외국인 근로자 78.9%는 50인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영세사업장은 적은 예산과 인력 문제로 안전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 사고사망자의 78.4%는 영세사업장에 발생하고 있다. 80%에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들이 영세사업장에 몰려있는 만큼 내국인 근로자 보다 더욱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산업현장이 몰려있는 탓에 전국기준 보다 더욱 많은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 85명 가운데 경기도 사망자 비중은 31명으로 36%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외국인 사망자 비율은 2022년에는 49%, 2021년에는 44%, 2020년에는 36%로 나타났다.

 

내국인 근로자 사망자 가운데 경기도 비중은 2023년 26%, 2022년 27%, 2021년 24%, 2020년 26%로 집계돼 외국인 사망자 보다 낮은 비율을 보였다.

 

4대금지 안전수칙 포스터 붙어있는 작업현장. 안형철기자
4대금지 안전수칙 포스터 붙어있는 작업현장. 안형철기자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도에 상당수의 건설현장과 산업단지가 몰려있는 만큼 추락, 출동, 끼임 등 3대 재해를 비롯한 산업현장의 사고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동수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산업안전부장은 “외국인 근로자 대다수가 내국인 기피하는 위험하고 열악한 사업장에 근로하고 있다 보니 고스란히 산업재해에 노출돼 있다”며 “외국인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영세사업장이 많아 기본적인 안전수칙 교육 등 관련조치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실제 현장을 방문하면 현장소장을 제외한 근로자들이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며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과 의사소통도 쉽지 않고 위험안내문이나 표지판도 한국어로 적혀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성시 소재 한 알루미늄 주조 공장. 안형철기자
화성시 소재 한 알루미늄 주조 공장. 안형철기자

 

■ 4대금지 캠페인으로 외국인 사망사고 예방

 

29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 알루미늄 주조 공장.

 

공장 안은 알루미늄을 녹이는 용해로의 600도의 열기와 쉴 새 없이 제품을 찍어내는 주조 기계의 소음이 가득하다.

 

강한 열기와 압력을 다루는 기계가 많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이곳에서는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 35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 사고예방을 위한 의사소통에 힘쓰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과정 특성상 사고가 발생하면 거의 사망으로 이어진다”며 “외국인들이 의사소통이 어려워 안전에 더 취약한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점검 시 전원차단, 기계작동 시 관리감독자 필수 입회 등의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소재 알루미늄 고장 직원들이 4대금지 안전수칙 포스터를 들고 안전수칙 엄수를 다짐하고 있다. 안형철기자
화성시 소재 알루미늄 고장 직원들이 4대금지 안전수칙 포스터를 들고 안전수칙 엄수를 다짐하고 있다. 안형철기자

 

이를 위해 해당 작업장에는 안전보건공단의 ‘4대금지 안전수칙’을 작업자들에게 수시로 알리고 엄수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 사례 등을 분석해 ‘4대금지 캠페인’ 기획하고 해당 작업장을 포함한 외국인 고용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안전보공단은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주요 행동으로 ▲작업 편의를 위해 안전설비나 장비 해제 ▲작업방법을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기계 작동 ▲위험작업이나 설비별 위험요인에 따라 제공되는 보호구 미착용 ▲전원, 가동스위치 잠금 조치 없이 작업 진행 등을 꼽고 ‘4대금지 안전수칙’을 정립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집중된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 산업안전교육 확대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4대 금지수칙 네팔어 포스터가 붙어 있는 작업현장. 안형철기자
4대 금지수칙 네팔어 포스터가 붙어 있는 작업현장. 안형철기자

 

현장에서 사용될 ‘4대금지 안전수칙’ 홍보물은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송출국가 16개국’을 고려해 16개 외국어로 번역, 가능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모든 근로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자료도 함께 제작해 이해도를 높였다.

 

홍보물은 위험설비에 부착하는 스티커, 포스터, 현수막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예정이다.

 

현장 캠페인도 전개하는데 전국 39개 ‘안전문화실천추진단’ 중심으로 외국인 고용사업장, 산재다발업종 사업장 등을 찾아 직접 홍보 활동을 펼친다.

 

안전문화실천추진단은 지방관서, 안전보건공단 지사,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민간재해예방기관 등 1천여개 기관이 참여해 안전문화 활동을 전개하는 조직이다.

 

이외에도 지역축제와 외국인 대상 행사와 연계해 안전문화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4대금지 안전수칙을 홍보한다.

 

9월에는 포천 세계인의 날 글로벌 페스티벌 행사, 10월 외국인 및 다문화가족 한마당 축제, MAMF 문화다양성 축제, 마산 외국인 근로자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참여했으며 11월 양산 다문화 축제 등에서도 4대금지 안전수칙을 알린다.

 

또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의 경우 28일부터 ‘2024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 사진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해 외국인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꾀한다.

 

참가대상은 경기도 내 외국인 근로자와 가족으로 산업현장의 안전에 관련된 메시지가 담긴 사진과 포스터를 제출하면 된다.

 

접수기간은 다음달 28일까지이며 결과발표는 12월10일로 예정돼 있다.

 

작품은 사진의 경우 1인당 3점, 포스터는 1인당 1점씩 제출할 수 있으며 제출된 작품 가운데 내부심사를 거쳐 부문별 대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5명을 선정한다.

 

안전보건공단은 ‘4대금지 캠페인’ 이외에도 ‘비상 시 행동요령’, ‘외국인 고용 사업주 인식개선’, ‘위험 표지 부착’ 등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연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숏폼과 카드뉴스를 제작해 알리고 ‘참여 인증 챌린지’ 등의 제공하는 행사도 펼친다.

 

송석진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장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는 산업재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국인 근로자가 간단하지만 중요한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쉽게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 보급 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외국인 근로자가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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