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고립과 빈곤의 벼랑 끝에서 죽음을 맞는 이들이 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명제를 보면 죽음이 평등한 것 같지만, ‘어떻게 죽었는가’를 보면 평등하지도 않다. 홀로 쓸쓸하게 맞는 죽음, 고독사(孤獨死)가 그렇다.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이한 경우를 칭한다. 2022년에는 고독사 사망자를 ‘홀로 사는 사람’에 한정했으나, 지난 2월 혼자 살지 않더라도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생활해 왔던 사람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고독사 발생 현황과 특징을 조사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다가 쓸쓸히 사망하는 고독사가 한 해 3천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는 정부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21년 3천378명, 2022년 3천559명, 2023년 3천661명으로 3년째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는 1.04명이다.
정부는 고독사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1인 가구 증가를 꼽고 있다. 1인 가구는 2021년 716만6천명에서 2022년 750만2천명, 2023년 782만9천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했다. 1인 가구는 은퇴나 실직, 가족 해체 등으로 고립돼 있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를 사회구조적 고립이 낳은 ‘사회적 질병’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 칭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고독사는 여전히 장년층인 50~60대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50~60대 남성 고독사 비율은 전체 고독사의 53.9%나 됐다. 이들은 홀몸노인 등과 달리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전체 고독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는 14.1%였다. 이 중 20대 59.5%, 30대 43.4%가 자살 사망자였다. 청년층이 고독사에 이르는 과정은 취업 실패나 실직과 연관이 크다고 한다. 생계 해결에 실패하면서 세상을 등질 생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고독사를 줄이기 위한 연령대별 맞춤형 예방대책과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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