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앙상블 ‘그라치오소’ “누구의 엄마가 아닌 당당한 연주자입니다”

용인 기흥구 초당중학교 학부모 자치 동아리 ‘그라치오소’

25일 오후 용인특례시 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서 초당중 학부모들로 구성된 ‘그라치오소’ 앙상블 멤버들이 연습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25일 오후 용인특례시 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서 초당중 학부모들로 구성된 ‘그라치오소’ 앙상블 멤버들이 연습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이곳에선 ○○엄마가 아니라, 당당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됩니다.”

 

음악 앙상블 ‘그라치오소’는 용인 기흥구 초당중 학부모들이 결성한 자치 동아리로, 지난해 연말부터 인원을 모집한 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했다. ‘그라치오소(grazioso)’는 음악용어로 ‘우아하게, 아름답게’라는 뜻이다.

피아노 박은주·박효정·신혜영, 바이올린 김미숙·송희경·장현수, 첼로 양지연·이선명, 매니저 변지영 등 동백지역을 기반으로 총 아홉 명의 엄마들이 모였다. 대부분 초당중을 다니는 자녀를 뒀고, 수지구 정평중 자녀를 둔 엄마도 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의 엄마로 만났지만, 여기서 이들은 ‘○○엄마’, ‘□□맘’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그들은 이곳에서만큼은 각자 이름으로 불리는 당당한 연주자가 된다.

 

그라치오소가 특별한 이유는 모임이 만들어진 배경과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모임을 조직하지 않았다. 악기에 관심 있던 학부모 두세 명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은 뒤 서로 커뮤니티(밴드)에 모집 공고를 올렸고, 학교도 이들의 취지에 공감해 멤버 구성에 도움을 줬다.

 

그렇게 멤버들은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와 소통하는 접점을 늘릴 수 있게 됐고, 아이들 역시 무대에 오르는 엄마를 보며 엄마의 몰랐던 면모를 깨우치며 폭넓은 예술 향유 기회를 얻는다. 엄마도 학교도 아이도 모두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난달 열린 학교 1학년 입학 100일 기념 등굣길 음악회 무대는 아이들과 소중한 교감의 기회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들의 열정은 이달 들어 용인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펼쳤던 학부모 연수 공연과 초당중 축제로 이어졌다.

 

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 서려고 한다. 경기도내 학교와 관공서뿐 아니라 문화 복지 사각지대가 있다면 얼마든지 공동체의 순기능을 전파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구성된 앙상블이지만 향후 악기나 음악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멤버 구성을 다양하게 조정하는 등 자유롭게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 비전공자들이 주축을 이루다 보니 오히려 상호 간 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전공자 위주라면 각자의 음악 색채가 뚜렷해 충돌할 수 있지만, 그라치오소 멤버들은 서로 모르는 부분이 많아 터놓고 의논하고 맞춰가는 게 수월한 편이다.

 

멤버들은 그저 이 자그마한 모임이 초당중을 넘어 용인 전체에 자치 동아리 문화를 확산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돈을 바라는 것도, 명예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고, 아이들과 또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어 연주를 이어가려고 한다.

 

그라치오소 구성원들은 “중요한 것은 거창한 목표를 수립하는 데 있지 않다. 하루라도 더 얼굴을 보고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 용인의 더 많은 이들과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며 “단발성 모임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 사회에 녹아들어 공동체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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