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무법정사 무봉 스님 “스님, 원장님이 아니라 갈곳없는 아이들의 엄마입니다”

image
15일 오후 용인 처인구 양지면 무법정사 법당에서 무봉스님과 가족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상호기자

 

용인특례시 처인구 양지면에 자리 잡은 보육시설 무법정사엔 갈 곳 없는 9명의 자식들과 함께하는 ‘엄마’ 무봉 스님이 있다.

 

이곳에서 성인 중증 지체장애인들은 생활공간, 법당, 텃밭을 오가며 무봉 스님의 보살핌 속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이들에게 스님은 원장이나 보호자가 아닌 그저 엄마다.

 

무봉 스님은 2000년 진천 서원사에서 김량장동에 있던 포교당인 무법사로 6명의 장애·비장애 아이들을 데려왔다. 이후 2002년에는 보살피던 17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현재의 양지면 터로 옮겼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간 스님의 품을 거쳐 간 아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많을 때는 한 건물에서 30명 넘게 엄마의 보살핌을 받았다.

 

스님은 등하교뿐 아니라 식사를 챙기는 등 의식주 모든 영역에서 꼼꼼히 아이들을 챙겼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잠도 못 이루고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지만 스님에게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었다.

 

또 아이들이 자라 독립할 나이가 됐어도 온전히 자립할 준비가 안 됐다면 금전 지원이나 거처를 마련해 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무법정사를 거쳐 간 이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군 입대나 제대를 할 때도, 행복한 결혼식을 올릴 때도 언제나 부모의 자리엔 무봉 스님이 함께했고 아이들 역시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image
15일 오후 용인 처인구 양지면 무법정사 앞에서 함께 생활하는 무봉스님과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그동안 무법정사에는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기준에 맞춰 법인 등록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보조금·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사비, 대출, 시설에서 장성한 아이들의 후원을 끌어 모아 시설이 운영됐다.

 

무봉 스님은 남아 있는 9명의 자식들이 정식으로 시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보금자리를 옮길 준비를 함께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법인을 통해 정식 장애인 시설로 운영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처인구 마평동에 자리를 얻은 ‘무법정사 하나’가 그룹홈으로 허가를 받았고 추가로 마련할 두 개의 시설 역시 거리를 고려해 입주할 공간을 알아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많이 노후한 양지면의 무법정사 시설을 처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 등 각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무봉 스님은 “현재 비장애 아이들은 독립해 나갔고 20, 30대가 된 장애인 자식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법정사는 어디에 있든 무법정사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이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내 소중한 자식들”이라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