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안전한 놀이터 만들기,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

금유진 경기일보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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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마라.” 넘치는 기운에 한참을 뛰놀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부모 마음으로 도입한 탄성포장재였다. 더 행복한 어른이 되기 위해 상상력을 키워가는 공간. 놀이터는 그런 곳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경기일보가 지난 5월 경기도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8곳을 선별해 KCL에 놀이터 바닥재 유해성 검사를 의뢰한 결과, PAHs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여러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보도 후 경기도교육청에는 교내 놀이터를 조사해달라는 학부모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문제는 바닥재 설치 전과 후로 나뉜다. 먼저 설치 전. 관급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하는 탄성포장재는 제품 인증 단계에서 PAHs를 측정하는 유해성 검사를 거친다. 하지만 검사 후 설치된 놀이터에서도 경기일보 조사 결과 다량의 PAHs가 검출됐다. 이는 제품 인증과 설치 감독의 미흡함을 보여준다.

 

설치 후도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교내 어린이 놀이터는 관련 법에 따라 어린이 활동공간으로 분류돼 안전 검사를 받도록 하는데, 법적 강제성이 없어 관리 주체의 자율에 기대는 경향이 크다. 게다가 안전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지정 검사 기관은 전국 7곳에 불과하다. 허술한 안전관리가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여기에 있다. 어린이 활동공간 유해성 검사 항목에서 PAHs가 빠진 이유도 설명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취재 중 기자가 만난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유해 물질에 장기 노출된 아이가 받는 영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놀이터 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피와 상처를 막느라 아이들 몸속의 부작용을 간과하진 않았는지. 철저한 안전 검사와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저출생에 ‘인구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오늘날 대한민국. 평균 0.72명의 아이가 태어나는 이 나라의 어른이 가져야 할 고민은 무엇일까. 태어날 아이를 위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있는 아이들을 지키려는 노력이 선행되기를. 이제 환경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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