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만든다더니… 안양 학의천변 식물 모조리 ‘싹둑’

생태계 교란 식물 제초해야 하는데... 하천 1km 이상 토종식물까지 잘라
전형적 탁상행정, 관리지침 필요... 市 “유해식물 군락 이뤄 불가피”

안양시 학의천변 유해식물과 함께 갈대 등 모든 식물이 베어져 있다. 독자 제공
안양시 학의천변 유해식물과 함께 갈대 등 모든 식물이 베어져 있다. 독자 제공

 

안양시가 학의천변 유해식물을 제거한다며 둔치에 심은 갈대 등 모든 식물을 베어 버려 논란이다.

 

시가 유해 식물만 선별해 제거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다양한 생물을 일괄적으로 모두 잘라내서다.

 

1일 시에 따르면 생태계 교란 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학의천 저수 호안 정비공사와 함께 일대 녹지 제초작업을 실시 중이다.

 

현재 학의천변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식물인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 등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생태계 교란 생물로 환삼덩굴은 다른 식물을 휘감아 말라 죽게 하면서 서식지를 넓혀 가는 성질을 갖고 있어 갈대 등 토종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안양시 학의천변에 유해식물과 함께 갈대 등 모든 식물이 베어져 있다. 독자 제공
안양시 학의천변에 유해식물과 함께 갈대 등 모든 식물이 베어져 있다. 독자 제공

 

지난 5월 지역 기업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40여명이 학의천 일대에서 환삼덩굴을 제거하는 자원봉사를 진행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제초기까지 동원해 학의천 1㎞ 이상 구간 일대를 무분별하게 제초했다.

 

학의천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은 유해식물을 제거하겠다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토종식물까지 모조리 베어 버리는 건 문제가 있으며 유해식물을 제거할 때도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음경택 시의원은 “안양시가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관리한다는 정책을 수립해 놓고도 유해식물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식물을 잘라내는 방식은 시의 정책 방향과 다른 행정”이라며 “장소와 식물별로 베어야 할 것과 가꿔야 할 게 있는데 무조건 베기만 하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생태교란 식물을 관리하기 위해선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정교한 유해식물 관리지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훈심 안양군포의왕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생태교란 식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새싹 시기에 뿌리째 뽑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3년 이상의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인 활동과 함께 정확히 어떤 식물을 제거할지 분명한 타기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학의천은 2년 전 집중호우 이후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식물이 군락을 이뤄 불가피하게 제초작업을 실시했다”며 “앞으로는 유해식물을 골라 제거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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