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법' 4년…'고임목' 미설치에 여전히 위험한 내리막 [현장, 그곳&]

내리막길 주차 시 버팀목 필수지만 지켜지지 않아...일선 지자체 "단속 권한이 없다"

image
21일 오후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의 한 내리막길에 고임목이 설치되지 않은 차량이 주차돼 있다. 박소민 기자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조원동의 한 골목. 이곳에 주차된 약 50대 차량 중 버팀목을 설치한 차량은 단 한 대뿐이었다. 이마저도 바퀴 네개 중 하나에만 설치돼 있어 미끄럼 방지 역할을 못 할 것처럼 보였다. 주민 이영하씨(가명·60)는 “이곳 내리막길에 고임목이 설치돼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일대가 주택가인데, 차량이 미끄러지면 사람이 치이는 건 한순간일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오후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의 한 주택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내리막길이 즐비한 이곳에 주차된 차량 중 그 어느 곳에서도 고임목이 놓인 곳은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차량이 내리막길 방향으로 주차돼 있어 주차 브레이크가 풀릴 경우 그대로 미끄러질 위험이 높아 보였다.

 

내리막길 주차 시 버팀목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경사진 주차장은 이날 기준 404면이다.

 

앞서 지난 2017년 10월 과천시 한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내리막길에 주차돼 있다 굴러온 차에 치여 숨진 최하준 군의 이름을 딴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020년 시행됐다. 개정법은 경사로 주차 시 ▲고임목이나 벽돌 등으로 차량 고정 ▲주차 브레이크 잠금 실시 ▲조향 장치를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기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5일은 ‘하준이법’이 시행 4년째 되는 날이지만 현장에서는 고임목 미설치로 인한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고임목 미설치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 부과 규정이 있지만 이마저도 현장 적발 시에만 적용 할 수 있는 탓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4월 경기 광주시 태전동의 한 내리막길에서 제동 장치가 풀린 트럭이 미끄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파주시 한 골목 경사로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 미끄러지는 차량을 막으려던 운전자가 차량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이렇다 할 단속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군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의 경우 1가구당 2개의 고임목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사용하지 않는 데 대한 단속 근거나 권한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많이 지적돼 온 문제지만 아직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노상 주차에 대한 우선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주차 관리를 이행,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