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뿔나방 정부 대처 무용지물”···사라지는 친환경농가

현장에선 관리 매뉴얼 방제법에도... 뿔나방 밀도 줄지 않아 ‘고통 호소’
김포 등서 농약, 친환경 농업 포기... “정부, 실질적 방제법 내놔야” 제언

토마토뿔나방의 피해를 입은 친환경 토마토의 모습. 금유진기자
토마토뿔나방의 피해를 입은 친환경 토마토의 모습. 금유진기자

 

외래 병해충 ‘토마토뿔나방’으로 친환경 토마토농가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경기일보 14일자 1면)를 입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방제법이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뿔나방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결국 농약을 살포하며 친환경 농업을 포기, 관행 농가로 전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7일 농촌진흥청,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토마토뿔나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전국 친환경농가에 ‘토마토뿔나방 친환경 관리 매뉴얼’을 배포했다.

 

매뉴얼은 크게 온실과 노지로 재배지를 나눠 단계별 관리법을 제시한다. 토마토뿔나방 유입 전에는 페로몬트랩과 끈끈이 트랩, 방충망을 설치해 초기 발생을 막고 관찰하도록 했다. 해충 발생 시에는 ▲교미교란제 설치(수컷 교란용) ▲유기농업자재 살포(유충 퇴치) ▲담배장님노린재 투입(뿔나방의 천적) ▲포충기 설치(성충 포획)를 권장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같은 방제법에도 뿔나방의 밀도가 줄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포에서 친환경토마토 농가를 운영 중인 A씨는 “정부가 배포한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친환경 약제를 사용하고, 권장 주기 보다 더 많이 약제를 살포했으나 효과가 없었다”며 “뿔나방이 줄어들기는 커녕 모든 토마토에 붙어있을 정도로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정부가 배포한 매뉴얼에 적힌 방제법들이 현장에선 효과가 없자 친환경 농가들은 어쩔 수 없이 관행 농가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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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친환경 토마토농장에서 토마토뿔나방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사용한 친환경 약제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 금유진기자

 

지난 4월 토마토뿔나방의 습격을 받은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한 친환경 토마토농가는 정부의 매뉴얼에 따라 천적인 담배장님노린재를 풀고 친환경 약재를 사용했으나, 갈수록 늘어나는 뿔나방으로 인해 결국 친환경 농업을 포기했다.

 

농장주 B씨는 “25살부터 40년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농사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참담하다”며 “자식처럼 키워낸 토마토를 지키기 위해 결국 농약을 사용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실질적인 방제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현철 부산대 환경생태학과 교수는 “토마토뿔나방의 생태적 특성을 규명해 습성을 알게 되면 친환경 농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도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외국에 상용화된 여러 방제법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매뉴얼에 적힌 각 방제법은 뿔나방 성장 시기에 따라 효과가 나뉜다. 이에 따라 하나의 방제법이 아닌 종합적으로 사용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뿔나방으로 인한 친환경농가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시험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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