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지구’ 원주민 반발…LH, 주민위탁사업 '0'건

토지보상 마무리 단계인데 “시공능력 부족” 이유로 미배정
LH “일부 사업 배정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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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원들이 주민 생계지원사업을 위탁해 달라고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 제공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지구에 대한 토지보상이 마무리 단계임에도 LH가 원주민들에게 생계지원사업을 단 한 건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업시행자인 LH와 원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3기 신도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사장 이한준), 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조합장 이원근, 이하 조합)에 따르면 이날 기준 3기 신도시 왕숙지구에 대한 토지보상이 99.5% 완료됐지만 원주민들은 LH와 생계지원사업에 대한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생계지원사업이란 지난 2022년 8월 시행된 공공주택특별법 제27조에 따라 공공주택지구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생계를 위해 사업시행자가 직업전환훈련, 소득창출사업지원, 고용추천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 LH도 자체 지침이 마련돼 있다. ‘공공주택지구 주민 생계지원대책 수립지침’ 제9조에는 지역본부장이 주민단체와 지장물 철거 등 4개 사업에 관해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고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왕숙지구 원주민들 역시 LH에게 분묘 이장, 지장물 철거, 산림수목의 벌채, 지하수 굴착시설 원상복구 등 생계지원사업을 받고자 지난해 6월 주민생계조합을 결성, 8월 조합이 전액 출자한 ㈜왕숙토건을 설립했다.

 

이후 원주민들은 LH에 왕숙지구 4공구와 5공구 관련 사업을 원주민들에게 수의계약으로 맡겨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LH는 왕숙토건이 신설기업이어서 공사실적이 없다는 점과 시공능력 부족 등을 문제 삼아 원주민들에게 사업을 단 한 건도 배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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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원들이 주민 생계지원사업을 위탁해 달라고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 제공

 

이에 조합은 LH에서 시공능력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LH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LH의 행태에 조합은 반발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 이원근 조합장은 “LH가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 원주민들이 살기 위해 회사를 만든 것인데, 공사 실적이 있을 수 있나”라며 “이를 핑계로 사업을 주지 않는 것은 원주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다. 잃어버린 생활터전과 생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원주민들에게 사업을 위탁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민과의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3기 신도시 사업을 지연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원호 법무법인 함백 대표 변호사는 “공공주택특별법과 시행령에는 주민 생계지원사업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만 규정돼 있을 뿐 실질적으로 LH의 내부지침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한 시점으로, LH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원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생계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LH 경기북부지역본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을 조합에 배정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주민들이 사업을 위탁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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