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경기일보 경제부 기자
60여일간 경기도에 사는 다양한 ‘대한외국인’을 만났다. 한국계 중국인부터 아프리카계까지 경기도는 작은 세계지도를 품고 있는 곳이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외국인’의 사회 안에도 국적과 국경이 있었다. 같은 국적의 사람들은 모여 살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중국인끼리, 고려인은 고려인끼리, 아프리카계는 아프리카계끼리 뭉쳐 각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터전을 꾸려 나갔다.
이 때문에 주류를 형성한 외국인들의 출신 국가에 따라 그 지역은 각기 다른 색채를 풍겼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달랐다.
한국계 중국인들이 많은 수원 고등동과 시흥 정왕동에선 음식점 등 다양한 사업체들이 고용과 소비를 촉진하며 지역 경제를 지탱했고, 평택 포승읍에선 고려인들이 중국인들이 빠져나가고 휘청이던 지역 상권을 되살렸다. 동두천과 파주에선 섬유·염색 등 3D 산업에 종사하며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밀집해 거주하는 것은 되레 내국인들에게 그곳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을 주기도 했다. 그동안 K-ECO팀이 연속으로 보도한 기사에 달렸던 외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이를 방증했다.
그래서,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 ‘게토화’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게토’(ghetto)는 소수 인종이나 소수 민족이 거주하는 도시 안의 한 구역을 가리키는 말로, 특정 민족이 외부와 교류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공간의 상징이기도 하다.
결국,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내국인의 몫이다. 외국인이 더 늘어나는 추세적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텐데, 외국인 밀집지역이 게토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갈등 요소를 내던지는 것 아닐까. 이미 한국사회는 이념갈등, 지역갈등, 빈부 격차 등 수없이 많은 갈등을 안고 살아가는 ‘갈등 포화사회’다.
정부와 지자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살아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살며, 외국인 행정을 선도해가고 있는 경기도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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