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1953년이었다. 서울 신당동에서 기가 막힌 먹거리가 탄생했다. 고(故) 마복림 할머니가 고안했다. 이전에는 왜간장으로만 간을 맞췄던 음식에 고추장이 들어갔다. 떡볶이가 그랬다. 이 먹거리는 그래서 이 동네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기원은 조선 후기로 소환된다. 영조가 신하들과 나눈 대담에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가 오병(熬餠)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병이라는 음식이 떡볶이의 원조다. ‘승정원일기’에 나온다.
확산 속도는 빨랐다. 조리법도 간단했다. 전국의 분식집과 포장마차 등지에서 팔기 시작했다. 학교 앞 분식점들에선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컵볶이)가 500원에 팔렸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그랬다.
출산율 감소 등으로 학교 앞에 분식집들이 줄면서 분식업계에도 프랜차이즈시대가 열렸다. 물가 오름세 등으로 20년 사이에 평균가격이 500원대에서 3천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런 가운데 떡볶이값도 최근 물가 고공행진에 동참하고 있다는 분석(경기일보 25일자 8면)이 나왔다. 물가당국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에서 1만4천~2만5천원에 팔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게에서 2명이 들어가 떡볶이 하나와 곁가지로 감자튀김과 사이다까지 시키면 2만원이 훌쩍 넘는다. 직장인들이 “떡볶이가 서민 음식이라는 건 옛말인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대목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나 서민층엔 떡볶이 가격마저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분식집에 가서 친구와 떡볶이 하나 먹으면 1만~1만5천원이 기본이어서다. 떡볶이까지 서민을 배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원망도 나온다.
길거리 음식의 다양화·고급화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 원재료값 상승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건 시장논리상 맞다. 그러나 공급자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면 구매 빈도도 감소할 수 있다. 자본주의 선순환 구조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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