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주발행금지가처분 기각…한미그룹 통합 속도붙나

경영권 강화 목적 의심되지만
"장고 거친 경영상 결정" 판단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 무산을 위한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소송전에서 법원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긴 하지만, 장고를 거친 경영상 결정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수원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6일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2천400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아들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전 사장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미그룹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분쟁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분쟁은 한미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 발표가 나오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임씨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이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송 회장 모녀의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한 법령과 정관에 위반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상법상 경영 위임 등에 해당하는 행위로 주총 특별결의가 있어야함에도 이를 우회한 위법이 있고, 특별이해관계자인 송 회장이 아사회 결의를 주도해 이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가처분의 쟁점은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에 따라 이뤄졌는지 여부였다. 자금 조달 및 경영 효율성 등을 이유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무효로 볼 수 없지만,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가 신주 발행의 목적이라면 이는 무효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원은 상속세 마련을 위한 사적인 이익을 위해 신주가 발행됐는지 등 임씨 형제의 주장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선 정관상 제3자 발행의 요건을 지켰는지에 대해서는 “한미사이언스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규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신약 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해야 할 투자상황 등을 볼 때 운영 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채무구조 개선 및 장기적 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한 사유 없이 신주를 발행했다는 소명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상속세 마련을 위한 것이란 주장에도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이 신주발행을 포함한 주식거래 계약 체결 동기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다만 송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이 다량으로 매각될 경우 주가나 회사의 안정적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사건의 패키지 딜이 송 회장 등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고 다른 주주에게는 불이익의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형태의 거래가 이사의 충실 의무에 부합하는 결정인지는 앞으로 있을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 등의 과정을 통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는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송 회장 모녀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있다고 의심되기는 하지만 2년간 투자회사를 물색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를 해온 만큼 내용과 과정을 볼 때 이사회의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하며, 경영권 방어라는 부수적 목적이 있더라도 현저히 불공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신주발행 방식이 여타 가능한 방식에 비해 합리성이나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고, 상법 374조1항2호를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위반에 대해서도 송 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한 것만으로 결의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정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주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송 회장 모녀의 그룹 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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