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단순하게 보면 강아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독려하는 기념일처럼 보이지만, 버려지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권장하는 문화 활성화를 도모하는 날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에 맞춰 국제 강아지의 날을 하루 앞두고 용인특례시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시에서 직영하는 유실‧유기동물 보호소다. 센터 구성원들은 주인을 잃은 채 떠돌거나 버려진 유실·유기동물을 구조·보호한 뒤 주인을 찾아주거나 새 가족에게 입양을 보내고 있다.
22일 오후 2시께 용인시 동물보호센터 앞마당. 견사에서 저마다 시간을 보내던 유기견들이 낯선 이의 방문에 소리내 짖거나 꼬리 치며 반기는 등 제각각 손님을 맞고 있다.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보호복을 입고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러 나섰다. 먼저 황갈색 털과 짧은 다리로 다부진 인상을 주는 살곰이에게 다가갔다. 간식을 건넸더니 배가 고팠는지, 친해질 생각보다는 간식을 얼른 가로채 달아나 버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여러 차례 손냄새를 맡게 하고 교감을 시도하며 간식을 건네자 이내 온순하게 손에 먼저 자신의 코를 갖다대고, 털을 만져도 거부하지 않았다. 금새 정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이어 만난 강아지는 새하얀 털로 뒤덮인 마를린이다. 마를린은 사람을 좋아한다. 센터를 출발해 20여분간 마를린과 산책하며 발을 맞췄는데, 새로운 손님 방문에 신났는지 산책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건강 상태도 다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에 있는 강아지들이 모두 주인의 품에 안겨 있다면, 영락없이 듬뿍 사랑받을 수 있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 2년째 근무 중인 A 주무관은 “구역마다 입소된 아이들을 돌아가면서 체크하는데, 다쳤으면 신속하게 치료하고 배변 상태 점검, 사료 상태 확인 등도 수시로 하고 있다”며 “소심한 아이는 조금 활발해지도록, 발톱 깎는 게 힘든 아이는 새 주인이 발톱을 더 쉽게 깎을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새 가족과 만날 때 최적의 상태로 지낼 수 있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2017년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동물보호과를 설치하고 센터를 개소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천200여마리의 유실·유기동물을 구조한 가운데, 2023년 기준 24%는 보호자 반환, 60%는 입양·기증했다. 입양률 60%는 전국 평균인 27%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게다가 지난해 센터 내 안락사 비율은 4%로 한 자릿수였다. 전국 동물보호센터 평균은 약 17%, 경기도 평균은 약 22%인 점을 감안하면 용인 센터는 생명을 하나라도 살리는 길에 힘쓰는 셈이다.
지난해 3월에는 성남시·춘천시 반려동물 담당 공무원, 7월에는 인천 연수구의회 구의원들이 센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했다. 이처럼 용인센터는 전국 모범사례로 손꼽힐 만큼 운영되고 있지만, 이에 맞춰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많이 모인다면 반려동물 문화 활성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비춰진다.
센터 관계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단순히 일로 생각하지 않고, 생명 하나를 더 살리자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며 “유기동물이 다시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되어 사람과 동물 모두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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