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과 주홍색 사이에서 솜털 자란다
색은 행불행의 씨앗이라 하지만
행복의 색은 만남을 가져오기도 하고
포용의 색은 착한 자의 말 빌리자면
당신을 속이는 기만이기도 하고
친절이란 색은 항상 모험에 든다
협력이란 색의 말은 듣는 자에게
자기 뜻대로 전달될지 불안하단다
복숭아 꽃이 피니
선과 악, 지평의 경계 무너뜨린다
말마따나 혼자 있을 때 가끔 느끼는
황홀한 순간처럼 행복하단다
시간의 풍화작용으로 변해가는
복숭아 나무가 나를 반긴다
내가 평생을 두고 떠들어대도
텅빈 시간들이나 채우는
잡담을 끊임없이 반복할 따름인데
예술적 창조의 고독한 작업속에서
과수원 사유의 진행이 심층부 뚫고
복숭아색 방향만이 진실이라는
결과물 위하여 색은 점점 짙어진다
김어진(본명 김영진)
2017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항아리 속의 불씨’. ‘붉은 수염의 침대에서 자다’. ‘그러니까 너야’.
아라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막비시동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