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미부착•최소 가격 표시 등 엉터리 기재로 소비자 불만 쇄도 단속 강화해 제도 정착 도모해야 지자체 “인력 한계… 경고 후 시정”
“가격표시를 정확하게 해놓은 곳이 없는데 제도가 의미가 있나요?”
5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헬스장. 건물 외부에는 ‘초대박 이벤트, 선착순 모집 중’이라며 홍보물만 부착돼 있을 뿐 가격이 적힌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가격과 환불 규정에 대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취재진이 직접 방문해 가격에 대해 문의하자, 그제야 직원이 작은 책자 안에 담긴 가격표를 내밀었다. 가격표를 사진으로 찍는 것도 ‘인터넷 등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불가능했다.
같은 날 의왕시의 한 미용실 출입문에도 가격표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 또 다른 미용실 입구 앞에 붙어 있는 가격표에는 커트와 염색 항목의 최저 금액만 표시돼 있을 뿐이었다. 이민서씨(32)는 “가격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가격표에 적혀 있는 금액이 최저 금액이라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없었다”며 “머리 기장 등의 이유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위해 마련된 ‘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된 가격표시제는 음식점과 미용실 등 외부에 최종 지불요금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제도다. 이후 지난 2022년 헬스장 등 체육시설로 확대됐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진이 이날 경기지역 체육시설과 미용실 등 10여 곳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헬스장에서 기간과 금액이 적힌 가격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격표가 부착된 미용실의 경우에도 최종 가격이 아닌 최소 가격만 표시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을 위해 단속과 점검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가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만이라는 소비자가 많다”며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서 시범 단속을 진행하고 점검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내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가격 표시를 하지 않는 영업장에 대해 계도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면서도 “민원이 있으면 경고를 한 후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