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용이 낯설어도 저희 무대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합니다.”
낯선 북한 무용을 관람하며 웃어주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김송연 평양민족통일예술단 단장(52)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고 한다. 이것이 김 단장이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는 이유다.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단장은 ‘삶’이란 적과 맞서 싸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그는 평생 나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아 우울함 속에 살았다. 어느 날 우연히 ‘명랑소녀 성공기’라는 한국 드라마를 접한 그는 다짐했다. 지울 수 없는 흉터를 안긴 북한을 벗어나 한국으로 떠나기로.
그는 두 딸과 남편을 데리고 중국으로 넘어가 3년 동안 숨어 살았다. 당시 김 단장은 천장에 배수관이 훤히 보이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지하방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한국을 가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2010년 탈북민에 대한 한국 뉴스를 우연히 본 김 단장은 곧바로 종이 2장 앞뒤를 꽉꽉 채워 왜 북한을 떠나야만 했는지, 왜 지금 중국에 있는지, 왜 한국을 가야 하는지 등 내용이 담긴 편지를 통일부에 보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통일부에서 전화가 왔다.
그렇게 그와 가족들은 2010년 10월29일 오전 7시께,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온 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각종 일을 하다 북한에서 평생 했던 무용을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무용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최승희 무용가의 첫 번째 제자였던 김 단장은 2019년 민족통일예술단이란 이름으로 북한 무용단체를 출범하고 지난해 12월 평양민족통일예술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그와 13명의 단원들은 지역 양로원, 요양원, 학교 등을 다니며 북한 무용을 펼쳐 북한문화를 알리는 한편 무용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고 있다.
단원들의 아이들. 즉, 탈북 2세들도 함께 공연을 다니며 재능을 기부하고 있으며 그들의 탈북 스토리를 들려주며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김 단장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서류 작성도 하지 못하는 저를 끝까지 혹독하게 가르치고 도와준 전철주 감독님과 저희를 하나의 단체로 인정해주고 믿어준 남양주시에 정말 감사하고 낯선 우리의 무대를 보고 좋아해 주는 모든 여러분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며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국 무용과 북한 무용이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하나로 합쳐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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