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살이는 이들처럼’…문화공동체 이룬 양평 도곡3리

50년 만에 귀향한 사람·처음 터잡은 사람 고루 어울려 ‘화합’
마을회관선 오케스트라 공연·문화프로그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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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임정호 사랑반 반장, 이정순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오영미씨, 이용호 도곡3리 이장, 서명순 반장. 황선주기자

 

“시골살이는 함께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수준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맞춰 살면 서로 어우러져 살게 된다.”

 

3년 전 남편과 함께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양평군 양평읍 도곡3리로 귀촌한 이정순씨(69)는 하루하루 이웃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서울 살 때 우유급식 사업을 하던 그는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에 사업을 과감히 접고 도곡3리에 터를 잡았다.

 

이후 ‘꽃 가꾸기’에 빠져 다양한 종류의 꽃을 키우는 재미를 즐기며 살고 있다.

 

이씨는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함께해야 한다. 동네 사람들 속으로 시나브로 스며들어 지내야 한다”며 “내 수준에 맞는 이웃을 찾지 말고 상대 수준에 나를 맞춰야 호흡하며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9세에 고향을 떠났던 서명순 벌말마을 반장(63)도 고향이 그리워 7년 전 고향 도곡3리로 귀향했다.

 

그가 살던 당시 도곡3리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먹고살기 힘들어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한양(서울)으로 떠났던 어린 소녀는 간 세월이 지나 고향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해 돌아왔다.

 

그는 이곳에 살며 꽃, 벼 등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생명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때론 식물과 소통하고 싶어 잡초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고 했다.

 

서씨는 “잡초에게도 배울 게 있다. 내 생활신조가 잡초처럼 살자다”며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이나 동물도 자신을 아끼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씨와 서씨가 평온한 생활을 하는 것은 두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어우러져 살려고 하는 마을 주민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25가구가 살고 있는 도곡3리는 주민 60%이상이 귀촌이나 귀향한 후주민이다.

 

절반 이상이 이주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마을회관에는 순우리말로 ‘아내가 있는 남자’를 뜻하는 ‘핫아비’와 ‘남편이 있는 여자’를 칭하는 ‘핫어미’로 명명한 공간을 꾸며 주민이면 누구나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과 갤러리 느낌을 주는 마을회관에서는 매달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트리도 점등한다.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 낸 이런 공간과 노력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1990년 40가구에 불과하던 작은 마을이 120가구가 사는 마을로 커졌다.

 

1990년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이용호 이장(60)은 “술 마시고 밥 먹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면서부터 마을회관이 여가를 즐기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변화했고 사람들이 교감하는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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