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고 바람이 차갑다. 김장의 계절이 돌아왔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도 주말을 이용해 본가에 가 김장하고 왔다는 직원들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하루 종일 배추를 옮기고, 다듬고, 씻고, 절이는 작업으로 녹초가 됐다는 이야기, 다음 날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면서 새로 담근 김치를 갓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맛본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제 김치를 담그는 집보다 김치를 사 먹는 집이 늘고 있다. 아무래도 도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김치를 담그는 행위가 부담스러울 듯하다. 핸드폰으로 손가락질 몇 번이면 잘 만들어진 김치가 집 앞까지 배송되는 편리한 시대이니 말이다.
이렇듯 사 먹는 김치가 대중화하면서 함께 늘어난 것이 있다. 바로 중국산 김치다. 국내산 김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가격이다 보니 많은 음식점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게 더는 이상하지 않은 지금이다.
최근에는 ‘중국산 김칫소’를 수입해 판매하는 예도 있다. 중국에서 고춧가루, 무, 파, 마늘, 젓갈 등 김치에 들어가는 갖은 양념으로 만들어낸 김칫소를 수입한 후 배추에 버무려 국내산 양념으로 만든 배추김치인 것처럼 원산지를 둔갑해 판매한 김치 제조업체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적발해 뉴스에 보도한 바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배추김치 외에도 깍두기와 파김치, 갓김치, 백김치 등 다양한 중국산 김치류의 수입 또한 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김장철을 맞아 ‘배추김치 및 양념류 원산지 표시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산 김칫소를 국내산 김치 양념인 것처럼 원산지를 둔갑, 판매한 사례를 비롯해 여전히 값싼 외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해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땀 흘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 또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비자와 생산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처벌 기준을 높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더욱 중요한 원산지 표시 위반 예방책은 소비자의 관심이 아닐까 한다.
‘똑똑한 소비’라는 말이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상품은 사지 말고, 원산지가 의심되면 신고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날 때 원산지 둔갑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설 땅을 잃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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