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의 인력수급을 위한 고용허가제(E-9비전문취업비자)가 시행된 지 내년이면 20년을 맞는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일시적으로 머물다 가는 손님 노동자가 아니었는지 곱씹어 봤으면 한다.
외국인 근로자 재고용허가 요건 완화와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가 강화되지만 교육의 질은 더 열악해져 외국인 근로자 교육 개선이 시급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늘리는 것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활동인구가 급감하면서 내국인 인력난과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줄이려는 조치다. 일자리는 있는데 사람이 없는 빈 일자리가 지난 8월 기준 22만1천개에 달한다.
외국 인력 중 한 사업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고 한국어 능력을 갖춘 성실 근로자는 중간에 출국·재입국 없이 10년 이상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업종별 외국인 고용 폭을 넓히고 내국인 구인 기간을 단축하기로 한 반가운 소식에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우수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장기 연속 체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6개국 외국인 근로자는 입국 첫날부터 생활관에 짐조차 옮겨 놓지 못한 채 건강검진, 은행업무, 야간수업 등 빡빡한 일정으로 2박3일간 16시간 교육을 받고 회사로 간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장거리 여정 등을 감안해 교육 일정에 1일을 더한 3박4일로 늘려 효율적인 교과과정이 반영되도록 이제라도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근로자와 교육기관, 사업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소통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언어와 문화, 역사를 함께 배우는 것이다. 한국의 일터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6월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전 받는 교육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한국어 회화 교과목 등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자국의 교육과 한국은 환경적인 교육 차이가 있다. 근로자에게 한국어는 아는 만큼 힘이다. 언어도 일종의 강력한 무기다.
외국인 인력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어 공부는 물론 한국문화 체험학습, 숙련노동 인력을 위한 기술교육 등은 고용 안정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2024년 외국인 인력 규모는 16만5천명으로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최대다.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한 노동인력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을 널리 알리는 민간외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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