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알림시설 51곳 중 ‘절반’ 노후전선 교체도 14곳 그쳐 市 “군·구와 비용 부담 등 논의”
“매년 전통시장에서 불이 나는데, 노후 전선·아케이드는 몇년째 그대로입니다.”
21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석바위시장. 가연성 소재 아케이드가 천장을 뒤덮고 있었고 상인들이 설치한 매대가 소방차 진입로를 침범해 시민들이 좁은 통로로 오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소방차 진입은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시장 곳곳엔 제 기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검정색 먼지 쌓인 소화기가 방치 중이었다. 인근 상인 권오현씨(46)는 “해마다 전통시장이 화재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날 오후 5시께 부평구 부평진흥종합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상점 곳곳에 먼지 쌓인 노후 전선이 뒤엉켜 있었고 그 옆엔 불에 타기 쉬운 박스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시민 임용현씨(41)는 “전선들이 꼬여 있고, 검정색 기름때도 잔뜩 껴 있어서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고 불안해했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전통시장 화재 예방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여전히 인천 전통시장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시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전통시장 51곳 중 22곳(43.1%)의 아케이드가 폴리카보네이트(PC) 등 불에 잘 타는 소재다. 지난 3월 동구 현대시장 대형 화재 이후 난연성 소재 아케이드 교체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바뀐 곳은 1곳도 없다.
특히 시는 지난 2019년부터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소방서에 신고가 가는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절반에 가까운 25곳(49%)은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시가 노후전선 정비사업을 추진한 곳도 모두 14곳(27.4%)에 그쳤다.
시는 상인회가 아케이드와 노후전선 정비 등은 교체 비용의 약 10%를 부담해야 하는 탓에 이 같은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신청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가 올해 초 난연성 소재 아케이드 교체 수요를 조사한 결과, 신청한 전통시장은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대시장 사례처럼 가연성 소재 아케이드는 화재를 더욱 키울 수 있고 노후전선도 화재의 주요 원인이어서 교체가 시급하다”며 “지자체가 나서 상인들에게 화재로 인한 피해 금액보다 화재 시설 설치 비용이 훨씬 적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뿐만 아니라 군·구도 아케이드 교체비 5%를 추가로 부담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에게 화재 예방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알리고 있다”며 “전통시장 화재 예방을 위해 군·구에 아케이드 교체비 부담을 논의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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