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 다시 영화’라고? 대종에 묻다

image
이효상 다산문화예술진흥원장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가 경기도로 왔다. 얼마 전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경기도가 새로운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될 것인가. 인구 1천만의 서울을 벗어나 1천400만명의 경기도민에게로 다가왔다. 그런 시도는 신선했고 주목 받을 만했다. 새로운 모험과 도전의 시작이다. 생각지 못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종의 잃어버린 명예와 권위, 그 열정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외면하는 세상에, 무관심한 대중에게, 미래의 영화인에게 ‘이제 다시 영화’라는데 대종상이 정말 달라질까. 국내에서 가장 역사 깊은 영화제의 영광을 되찾고자 과오와 실수 그리고 애정 어린 질타 속에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바꾸려 노력했다는데.

 

1970년대 청춘 문화를 투영시킨 영화 ‘별들의 고향’을 연출한 이장호 감독이 영화제 통합위원장을 맡아 그동안의 논란을 딛고 ‘대종상’이라는 브랜드의 위신을 새로 하겠다고 힘을 모았다. 그 시작이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참여성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간 공정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심사제도의 개편이다. 대종상영화제는 늘 하던 그들만의 리그인 심사위원단도 국민참여형과 전문심사단으로 바꿨다. 후보작 응모 방식도 바꿨다고.

 

오랜 중병을 앓은 탓인지 역사만큼이나 영화제에 대한 신뢰도나 참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대종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영화상 중 하나로 응당 그 신뢰를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크고 작은 구설에 휩싸이며 위상이 실추되고 국민의 관심이 헤어질 결심을 한 상태였다. 명성은 오래됐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뢰가 쌓이기까지 오랜 세월과 믿음, 그리고 결과가 필요하다.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영화인들과 관객, 배우, 스태프들의 수고가 있다. 오늘 만나는 작품이 한국 영화의 내일이다. 10만 영화인의 축제라고 하는데 한 해 200여편이 제작되는 현실에서 26편의 출품작으론 깊이나 넓이의 한계가 있었다. 그런가 하면 수상자들의 불참은 옥에 티라고 하기엔 너무 컸다. 영화제에서 느끼는 감동은 구성과 연출의 디테일에 달려 있는데 대종이 남녀노소를 품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있는가.

 

필자는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이다. 학창 시절부터 일주일에 평균 한두 편의 영화를 봐 왔다. 영화를 보며 먹는 팝콘과 탄산음료는 가장 해피한 시네마천국으로 이끌었다. 영화만큼 드라마틱한 종합예술도 드물 것이다. 영화는 19세기의 사진과 20세기를 잇는 우리 시대 최대 문명의 산물이다. 공간의 이동을 빠르게 해준 비행기와 현실의 재현과 함께 꿈과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대시킨 것이 영화다.

 

대종이 한국 영화 104년에 걸맞은 희망과 감동을 주는 영화제로 가기 위해선 변화와 변신은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 꼭 대종만 그런가. 다른 문화제나 지역축제도 마찬가지다. 구습을 답습하고 안주하는 것에 대한 외면을 되돌리려면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보여지는 것만큼이나 문화예술인으로서 살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에 진심인 예술인들의 열정과 희생으로 대종이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제로 이어오고,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콘텐츠와 영화의 위상이 큰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국민들은 응원한다. 무엇보다도 영화 같은 삶. 인간답게 살면서 사회를 이롭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창조적인 노력이야말로 문화예술이 추구하는 상상 이상의 길이다. 문화적 타락과 혼돈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사방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어느 지역이든 문화의 새 길을 여는 건강한 문화나 창의적 예술이 요청된다.

 

1970년대 유신시절 영화계를 다루며 영화의 실험정신을 보여준 ‘거미집’에서 김열 감독(송강호)의 대사 중 “우리 영화도 사랑해주라”,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년이면 60주년을 맞이하는 대종은 중병에서 치유될 수 있을까. 저예산 독립영화의 설 자리가 없는 현실에서 과연 한국 영화의 미래는 지금처럼 언제나 밝기만 한 것일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