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규탐방로 준수로 ‘설악산 가을’ 안전하게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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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철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

어느덧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 돌아왔다. 설악산도 기세 드높던 초록을 뒤로하고 알록달록하게 물들고 있고 대청봉 정상은 아침 기온이 이미 10도 아래로 떨어졌다. 대피소를 이용한 탐방객들로부터 새벽 추위에 잠을 설쳤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달 초 대청부터 살포시 내려앉은 단풍은 설악에 첫눈이 내리는 11월 중순까지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탐방객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접 둘러본 설악의 비경은 참으로 아름답고 웅장했다. 곳곳의 기암괴석과 계곡, 폭포는 왜 수많은 탐방객이 그리도 설악을 그리워하는지, 왜 그렇게 많은 외국인이 삼삼오오 몰려오고 있는지 이해하고도 남았다.

 

10월의 설악산은 대청봉에서 가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첫 단풍 소식과 함께 본격적인 가을 성수기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설악산을 찾은 전체 탐방객(206만7천명)의 32%(66만2천명)가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방문한 것만 봐도 가을 설악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본격적인 가을 성수기를 맞이하면서 비법정탐방로를 찾는 산행객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와 맞물려 안전사고 역시 집중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안전사고 131건 중 35.9%인 47건이 10~11월에 발생했다.

 

사고 발생의 여러 원인 중 고지대에 위치한 장거리 탐방로와 화강암으로 이뤄진 암벽과 암릉 구간이 많은 설악의 험준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지 않은 산행과 준비 소홀, 그리고 비법정탐방로의 불법산행이 가장 큰 원인이다. 비법정탐방로의 위험성을 체감하기 위해 돌아본 설악의 곳곳은 등반 장비를 갖춘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지나가기 힘든 절벽과 험준한 바윗길이었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에는 불법산행을 조장하는 모집산행 글과 출입금지구역임을 인지했음에도 그 구간을 다녀왔노라 과시하는 개인 블로그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험지역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탐방객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사고 예방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법정탐방로 불법산행은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고 통신이 불가능한 구간이 많아 신속한 신고와 정확한 사고 위치 파악이 어려워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과 구조작업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사고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되고 때로는 구조를 수행하는 구조대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22개의 정규탐방로를 지정해 아름다운 풍경을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탐방객을 맞고 있으며 이곳에는 탐방객 안전을 위해 탐방지원센터와 대피소, 안전쉼터, 다목적위치표지판, 응급구급함 등을 설치하고 직원을 배치해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야생동식물 서식지 보호 등 자연자원 보호의 목적도 수행하는 정규탐방로 탐방을 통해 자연에 대한 배려와 함께 산행 안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 및 준비를 더한다면 설악산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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