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느는데… 다 쓰러져가는 ‘치안 최전방’ [현장, 그곳&]

도내 지구대·파출소 356곳 중 절반 지은지 20년 ‘훌쩍’
노후화 심각한 좁은 청사...업무 효율·시민 신뢰 ‘뚝’
경찰청 “기재부에 신축 지속 요구”

6일 수원특례시 한 지구대 내 화장실이 남·여 공간 분리 없이 사용되고 있다. 황아현기자

 

“청사 시설이 오래돼 휴게공간이 없는 건 물론이고, 남·여화장실 분리조차 돼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입니다.”

 

6일 수원특례시의 한 지구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청사 외벽은 곳곳이 벗겨져 있는 등 한 눈에 봐도 오래된 모습이었다. 건물 내부는 조사실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좁아 칸막이를 이용, 임시방편으로 공간을 분리해 쓰고 있었다. 민원인과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문을 닫아도 아래 공간이 넓어 안이 들여다보였고, 남·여 공간도 분리돼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같은 날 성남시의 또 다른 파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오래된 벽돌 위로 하얗게 페인트칠을 한 파출소 내부는 성인 5~6명이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파출소에 설치해둔 주황색 의자는 낡아 구멍이 나 있었고, 좁은 건물 내에 휴게실을 마련할 수 없어 컨테이너를 개조해 휴게공간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역내 한 파출소장은 “직원들이 청사 노후화로 누수 등의 문제 때문에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설이 협소하다 보니 피의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곤란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안전을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일선 지구대·파출소 청사 시설이 노후화해 양질의 치안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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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성남시 한 파출소 앞 주차 공간 부족으로 순찰차가 인도 위 주차하고 있다. 황아현기자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내 지구대·파출소 356곳 중 절반 이상인 177곳(50%)은 지어진 지 20년 이상된 건물이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 미만이 120곳, 30년 이상이 57곳 등이다.

 

특히 성남 수진1파출소와 파주 조리파출소는 1981년 지어진 건물을 여전히 쓰고 있고, 과천 별양지구대와 평택 현덕파출소는 1983년 지어진 건물에서 근무 중이다. 또 남양주 수동파출소와 동두천 생연파출소 등도 1989년 당시 지어진 건물을 쓰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은 공간이 부족해 치안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경찰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치안 유지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 때문에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위해 시설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지구대·파출소는 경찰 공무원의 업무공간이자, 시민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장소인만큼 오래된 청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청사 노후화 개선은 관서 이미지 개선과 경찰에 대한 신뢰·친밀감 구축 등에도 효과적인 만큼 경찰 내부에선 자체 설문조사·연구용역 등을 진행해 예산 편성을 요청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30년 이상된 협소한 청사 건물에 대해 기재부에 신축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노후화된 청사 건물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관련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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