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많은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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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장

업무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분들의 활동을 보기 위해 매일 페이스북을 접속한다. 그런데, 최근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유명인의 사진과 함께 ‘5천권의 도서를 무료로 증정한다’는 글이 도배돼 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명 강사, 교수, 요리사 등이 자선행사를 통해 도서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갑자기 이런 글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인들이 제대로 사회공헌 기부활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뜬금없는 행사 홍보의 내용을 보기 위해 접속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행사에서 제공되는 도서의 잔여 수량이 표시되면서 다음 단계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그 다음은 ‘주식투자분석그룹’의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화면이 펼쳐진다. 결국, 유명인의 무료도서증정 행사는 주식투자회원을 모집하는 악덕상술이었던 것이다. 인터넷 광고, 스팸 전화나 문자도 모자라 이젠 ‘자선행사’의 가면을 쓰고 회원을 유인하는 수법인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불법 유사수신업체의 피해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투자설명회, 확정배당금, 지급보증서’ 등의 수법으로 은퇴 후 고령 소비자를 유인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사촌동생에게 코인투자사기 수법에 속아 수천만원을 사기당했다는 하소연을 듣고 선량한 시민을 울리는 사기 수법이 얼마나 뿌리 깊게 이 사회에 물들어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불과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품목별 상담1위가 ‘유사투자자문’이었다. 2021년, 경기도내 유사투자자문업 실태조사 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적이 있었다. ‘유사투자자문업’의 명칭 개선, 유사투자자문업을 신고제가 아닌 등록제로의 전환을 통한 시장 진입 강화, 관리감독권의 지자체 위임, 유사투자자문 관련 표준약관 및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제개정 필요’ 등이 그 내용이었다. 아쉽게도 반영된 것이 거의 없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미 일이 잘못된 뒤에는 고쳐봐야 소용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가 한 마리가 아니라면 달라져야 한다. 한 마리 소를 잃고 난 후라 하더라도 더 많은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굳건하게 고쳐야 한다.

 

사례에서 보듯 사기상술업자들의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반면, 소비자에게 정보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판단할 능력은 충분하지 않다. 일반 시민에게 ‘사기상술을 주의하라’는 계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의 능력향상을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주식투자 관련 사기수법 및 소비자 피해에 관한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법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감독과 처벌, 허위기만 광고의 차단, 거짓 광고로 인한 계약의 경우 전액 환불 등이 이뤄져야 악덕 사업자의 불법 행위가 사라지고,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도 예방될 것이다.

 

이미 유사투자자문,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지금도 소비자를 유인하는 교묘한 악덕사기수법에 대해 금융당국과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단속과 대응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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