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5일 한반도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강타했다. 많은 지역에서 재해가 발생했고 청주 오송에선 사상자가 나오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날 청주의 일강수량은 209㎜였다. 일반적으로 12시간 기준 180㎜ 이상의 강수가 예상될 때 기상청에서는 호우경보를 발표하는데 하루에 무려 209㎜가 관측된 것을 보면 당시 청주에 얼마나 많은 비가 왔는지 실감이 된다.
그런데 왜 강수량은 20.9㎝가 아닌 209㎜라고 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방재 및 환경기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28개 기관이 5천262개의 관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 관측된 강수량을 모아서 보면 어디에 비가 많이 왔고 적게 왔는지 확인하기 용이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강수량 관측 단위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 강수량뿐 아니라 28개 기관에서 관측된 모든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상청은 ‘기상관측표준화법’을 통해 관측 단위와 관측 환경, 장비에 대한 기준을 정립했다.
관측 단위부터 살펴보자. 강수량의 단위는 0.1㎜인데 같은 강수량이라도 자릿수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기관은 소수점 한 자릿수(0.1) 단위로, B기관은 정수(1) 단위로 관측한다고 해보자. 실제 강수가 0.5㎜라면 A기관은 0.5, B기관은 0으로 자료를 처리하게 되며 A기관 자료는 0.5㎜, B기관 자료는 무강수로 표기돼 자료가 왜곡된다. 이런 왜곡을 막기 위해 관측 요소마다 자료의 단위와 자료 처리의 표준규격을 마련한 것이다.
두 번째는 관측환경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관측장비로 관측해도 관측환경 기준이 상이하면 관측값은 다를 것이다. 기상청은 관측장비가 어디에 어떻게 설치돼야 하는지에 대해 세계기상기구(WMO) 기준을 토대로 표준 기준을 정립하고 환경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했다. 관측환경이 도시화됨에 따라 우수한 관측환경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나 기상청은 건물 옥상에 잔디를 깔고 관측 장소로 활용하는 등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방법을 찾아 관측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측장비에 대한 기준이다. 관측장비는 어떤 악기상에서도 운영돼야 한다. 그래서 기상청은 장비의 내구성과 관측값의 정확성을 위해 주기적으로 관측장비의 성능을 검증하는 ‘기상측기 검증 제도’와 기상장비 제작 및 수입 시 내구성을 인증해 주는 ‘기상측기 형식승인 제도’를 통해 정확한 관측이 이뤄지도록 관리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측장비가 설치돼 있고 수도권기상청을 포함해 7개 기관이 843개의 관측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상청은 기상관측표준화를 통해 많은 관측자료로부터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자 한다. 관측자료를 기관들과 공동 활용해 기상재해를 예방하며 관측장비 설치 지점을 공유해 사전에 중복 설치를 방지, 국가 예산 절감 효과를 얻을 것이다. 국민 안전과 국가 경제를 위한 기상관측표준화, 기상청은 앞으로도 기상관측표준화를 통해 든든한 국가기상관측망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