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셀 수 없이 찬란한 별빛 속에 저 샛노란 한가위 보름달에도 그 옛날 가난했던 시절 토끼가 떡방아 찧는다는 신화가 전설로 와 닿는다.
알알이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 지붕에는 달을 닮은 둥근 박 속에서 흥부의 금은보화가 나올 것만 같다. 음력 8월 보름 추석 명절은 가을철의 명절이자 설, 한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다.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추석을 가배 또는 한가위라고 했다.
추석날 햇곡식으로 인절미, 송편, 밤단자와 같은 제철 음식을 만들어 조상의 무덤을 찾아가 성묘했다.
추석 하면 송편이 떠오르듯 옛 기록에 의하면 삼국사기부터 송편을 명절 음식으로 차려 놓았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유리왕 원년 석탈해와 유리가 왕위를 놓고 서로 사양하다가 병을 깨물어 생긴 잇자국의 숫자가 유리가 더 많아 왕이 됐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미뤄 떡은 농경사회인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시작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벼 농사를 많이 짓던 영호남 지방에서 다양한 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초하루 중화절 노비의 송편을 비롯해 삼짇날의 진달래 화전, 단오의 쑥절편과 인절미, 칠월칠석의 개찰떡, 추석의 송편, 중양절의 국화전, 동지팥죽과 섣달그믐의 시루떡 등을 꼽을 수 있다.
기록상 송편이 명절 음식으로 등장하는 것은 15세기 문신이자 서예가로 알려진 이문건(1494~1567)의 일기에서 송편은 멥쌀을 기본으로 콩, 깨 등 다양한 곡물을 소로 사용한다. 송편(松䭏)과 송병(松餠)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찌는 판에 솔잎이 사이사이 들어가며 만두처럼 반원 형태로 만든다. 이는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달의 모양에 따른 것이라 한다. 풍성한 가을의 대표적인 추석 명절 음식이다.
송편은 대표적인 세시풍속 음식답게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김매순의 열양세시기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를 보면 쌀로 만두 모양으로 빚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허균의 성소부부고와 도문대작에도 송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도문대작은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는 뜻으로 제목도 재미있지만 1611년 유배를 간 허균의 적소(謫所)에서 형편없는 음식을 먹게 되자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예전에 먹었던 조선팔도의 좋은 음식에 대해 기록한 음식 기행이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등 우리 민족의 5개 대표 명절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가을은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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