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에 갇힌 개구리…“야생동물 서식지 보호해야”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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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집수정에 빠진 개구리 10여 마리가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민주 기자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개구리만 수십 마리입니다.”

 

2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광교산 통신대 진입 등산로.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파손된 통신대 군사 도로를 복구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로 한 쪽에는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든 콘크리트 배수로가 설치돼 있었다.

 

약 1km 구간 도로에 설치 중인 수로를 따라가며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개구리와 두꺼비, 쇠살모사가 갇힌 채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작은 산개구리들이 40㎝ 높이의 직각 인공 구조물을 올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날 내린 비로 물이 가득 찬 집수정에도 개구리 10여 마리가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수원환경단체는 서둘러 갈 곳을 잃은 채 헤매고 있는 야생동물 구조에 나섰다. 두꺼비를 뜰채로 건져 올려 옆 습지로 옮기고, 집수정에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구리가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다.

 

김현희 광교생태환경체험교육관장은 “하루 동안 콘크리트 수로에 빠진 양서파충류 100여 마리를 구출했다”며 “사람이 만든 인공구조물에 갇혀 죽은 개구리를 볼 때마다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위험에 처했다. 특히 생태계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서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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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수원환경단체 활동가가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수로 안에 갇힌 개구리를 구조하고 있다. 오민주 기자

 

이날 수원환경운동센터 등에 따르면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일대는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10년 넘게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큰산개구리의 최초산란일을 기록하고 있는 주요 산란처다. 매년 봄마다 산개구리와 두꺼비, 도롱뇽 등이 알을 낳고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6월 수원시가 광교산 통신대 도로 복구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한 인공 구조물로 인해, 양서류의 서식지가 훼손되는 등 야생동물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양서류는 서식처가 훼손되면 현장에서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생태환경을 보존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통신대 도로는 주한미군이 설치한 시설이기 때문에 시가 직접적으로 공사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시공사와 협의를 진행해 해당 사항을 미군에 전달한 후, 공사 현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군 관할 도로인 광교산 통신대 군사 도로는 총 1.1km로, 오는 11월께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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