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폭염 탓 생산량 줄어 사과 작년比 103% 오르는 등 전반적 소비자 물가 3.7% 상승 市 “인천e음 한도 상향 진행”
“과일 물량이 적고 비싸 낙찰 받기도 어렵지만, 팔기는 더 힘들 것 같네요”
19일 오전 4시20분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의 과일동 경매장.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이지만 경매에 참여한 도매상인 50명여명이 성인 키보다 높이 쌓인 과일상자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10분 뒤 경매사들의 ‘호창’ 소리가 울려 퍼지자 도매상인들이 부지런히 경매단말기(무선 응찰기)를 누른다.
도매상인 이석호씨(43)는 “사과 물량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좋은 품질의 사과를 선점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며 “지난해보다 배 이상 비싼데, 물건을 따도 팔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연수구 옥련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오른 물가에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한다. 전 집 사장 최유리씨(43)는 “지난해에는 전을 1팩 당 1만원에 팔았는데, 이젠 재료값 등이 너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2천원 인상했다”며 “오른 가격에 많은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려 되레 매출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주안동 석바위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민들이 상인들에게 가격을 물어보지만, 비싼 가격에 고개를 젓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홍영복씨(76·여)는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 오는 가족들에게 음식을 잘 차려주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올라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시내 대형마트의 선물세트도 마찬가지. 이날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마트의 각종 선물세트 가격은 지난해 보다 평균 10~20%씩 올랐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급등하는 물가에 시민과 상인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19일 인천시와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홍로 5㎏)는 6만4천원으로 지난해 추석 전 3만1천600원보다 103% 올랐다. 배(10㎏) 역시 3만3천506원으로 지난해 2만7천635원에서 21.2% 상승했다. 시는 지난해와 비교해 농축산물은 3.5%, 신선식품지수는 10.6% 오르는 등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가 3.7%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시는 차례상에 올리는 사과 등 과일은 올해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의 영향과 열매에 반점이 생기고 물러지는 탄저병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시민과 상인들을 위해 인천e음의 구매 한도를 100만원까지 올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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