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쇳가루 '둥둥'... 녹물에서 수영하라고? [현장, 그곳&]

이천스포츠센터 수영장 건강·안전 빨간불
“월 평균 3만1천984명 방문… 건강 위협”
관계자 “관리 미흡 인정… 조속히 개선”

13일 오전 11시께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이천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이용객들이 강습을 받고 있다. 김기현기자

 

“수영장 물에 녹과 곰팡이, 쇳가루가 뒤섞여 있는지도 몰랐어요.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요?”

 

13일 오전 11시께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이천스포츠센터 수영장. 창문 바로 앞에 마련된 보조풀 주변에 시꺼먼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심지어 창문과 맞닿아 있는 철골 10여개는 녹이 잔뜩 슬어있는 상태였다. 일부 철골에서는 녹이 흘러내리면서 굳은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이용객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물장구를 치는 데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그때마다 물이 심하게 출렁이며 곰팡이와 녹을 쓸어가기를 반복했다. 이로 인해 부식으로 발생한 쇳가루가 보조풀로 유입,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수영장 장비 상태도 온전치 않았다. 스타트대는 겉보기에도 노후화가 심각했다. 일부는 미끄럼방지 스티커가 떨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내부 방송장비 역시 모두 먹통이었다. 자칫 화재 등 재난이라도 발생할 경우, 대피방송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비슷한 시각 수영장 외부 상황도 마찬가지. 대회 시 선수들이 맨발로 밟는 나무데크는 곳곳이 갈라지고, 부서져 있는가 하면 못이 돌출돼 있기도 했다. 또 수영장 출입 강화유리문 플로어 유압 힌지 덮개가 들려 청테이프로 마감한 흔적도 발견됐다.

 

A씨(50대)는 “운영사와 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봐도 소용없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편익이 아닌 이익을 위해서만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13일 오전 11시께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이천스포츠센터 보조풀 주변에 시꺼먼 곰팡이가 피어 있는가 하면 창문과 맞닿아 있는 철골 10여개는 녹이 잔뜩 슬어 있다. 김기현기자

 

이천스포츠센터 수영장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제든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천시 등에 따르면 이천스포츠센터는 지난 2008년 호법면 안평리 일대 부지(8만7천791.31㎡)에 연면적 4천493.67㎡ 규모로 조성된 곳이다. 개관 직후부터 2011년까지는 이천시체육회가 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왔으나 2012년부터 현재까진 코오롱스포렉스가 위탁 운영 중이다.

 

경영풀(50m, 10레인)과 보조풀, 유아풀 등으로 구성돼 있는 수영장을 비롯해 ▲헬스장 ▲테니스장 ▲축구장 ▲족구장 등 다수의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어 월평균 방문객이 3만1천984명에 달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그러나 수영장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면서 조성 취지와 달리 도리어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영장은 눈과 코 등 신체 노출이 비교적 많은 곳이다 보니 건강·안전과 크게 연관이 있다”며 “즉, 위생·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막염과 중이염, 파상풍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시와 코오롱스포렉스 관계자는 “관리가 미흡했던 부분을 인정한다”며 “조속히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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