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차도 물에 잠기면 ‘속水무책’ [현장, 그곳&]

10곳 중 진입차단시설 고작 2곳 ‘위험수위’
지상 배전반 한곳뿐… 침수땐 미작동 우려
市 “배수시설 등 예방 대책 강화 방안 검토”

인천 남동구 간석동 간석지하차도에 침수 시 차량진입을 통제하는 진입차단시설이 없다. 이 지하차도는 인천시가 침수에 취약하다고 판단, 중점관리 지하차도로 지정한 곳이다. 황남건기자

 

“매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데 기본적인 침수 예방 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제2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려되네요.”

 

10일 오후 3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동암지하차도. 지하차도 입구에 차량 높이제한 표시만 있을 뿐 침수 주의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지하차도 안 바닥에는 그 흔한 배수구조차 없다는 것. 물이 들어차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예견된 이곳은 지난 7월23일 폭우로 인해 바닥이 빗물에 잠기면서 소방이 차량 진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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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인천 부평구 십정동 동암지하차도 일부가 빗물에 잠겨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를 하고 있는 모습. 인천소방본부 제공 

 

같은 시각 남동구 간석동 간석지하차도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은 인천시가 침수에 취약하다고 판단, 중점관리 지하차도로 지정한 곳이다. 하지만 지하차도 입구에 침수 주의 표시가 없는 데다 침수 시 진입차단시설도 전무했다.

 

안수현씨(31)는 “지하차도가 곡선이라 진입할 때는 침수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출퇴근할 때 이곳 지하차도를 이용하는데 비오는 날마다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인천 지하차도 10곳 중 8곳이 침수차단 시설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폭우 시 대형 참사가 우려되고 있다.

 

김종배 인천시의원(국민의힘·미추홀4)이 인천지역 지하차도의 침수 예방 시설 등을 분석한 결과, 인천지역 지하차도 37곳 중 진입차단시설이 있는 곳은 8곳(21.6%)에 불과했다. 시가 침수 중점관리 지하차도로 지정한 고속종점·간석·인천대공원·송내지하차도 중 양방향에 진입차단시설이 있는 곳은 고속종점지하차도 뿐이다. 인천대공원지하차도의 경우 1개 방향(송내역 방향)에만 설치돼 있고 송내·간석지하차도에는 아예 차단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인천 부평구 십정동 동암지하차도에 배수시설이 없다. 이 지하차도는 지난 7월 폭우로 침수되기도 했다. 황남건기자

 

특히 인천 지하차도 대부분 배수펌프에 전력을 연결하는 배전반 위치가 지하에 있어 침수 시 작동하지 않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현재 전국 지하차도 51%가 배전반을 지상에 설치하고 있지만, 인천은 남동구 장아산로 지하차도 1곳에만 배전반이 지상에 설치돼 있다. 

 

배수펌프 작동 기준도 타 지자체에 비해 열악하다. 인천의 배수펌프 작동 침수기준 높이는 30㎝로 부산의 15㎝, 서울의 10㎝보다 2~3배 높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이 없고 배전반도 지하에 있으면 침수 시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 설치하는 것은 물론 배전반을 지상으로 옮기고, 배수펌프 가동 기준 높이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중점관리 지하차도는 물론 모든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해 배수시설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폭우에도 안전하게 지하차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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