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문화유산 한곳에… 세계가 반한 ‘보물섬’ [파주 K-컬처 新중심에 서다④]

1830년 구 박물관 시작으로 100년 걸쳐 완공
이집트 등서 발굴한 고대 유물 통째로 가져와
5개 테마 박물관 단지화… 세계 핫플레이스로

image
독일 박물관섬의 기원이 된 구박물관 전경. 김요섭기자 

 

④ 독일 박물관섬 성공기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약 20㎞ 떨어진 박물관단지 ‘박물관섬’ 내 가장 오래된 구 박물관 앞. 이곳에선 이탈리아 스테판 리처(초등학교) 학생 20여명이 관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고학년 역사를 가르친다는 벨리 마찰 교사는 “학교 커리큘럼에 있는 박물관 역사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문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이집트, 바빌론 등지의 문화유산을 관람한다”며 “이탈리아에도 세계적인 유적이 많지만 박물관섬에서 세계 문명 발상지 등 유물들을 한곳에서 모두 볼 수 있고 역사적으로 기념비적인 건축물들도 있어 해마다 찾는다”고 말했다.

 

image
다리로 연결돼 섬임을 알 수 있는 독일 박물관섬. 사진은 박물관섬 입구에 있는 베를린 대성당. 김요섭기자

 

한강이 서울 한복판을 관통하듯 독일의 수도 베를린 중심에도 슈프레강이 흐른다. 이 슈프레강 북쪽에 박물관섬이 있다. 육지와 여러 교량으로 연결된 박물관섬은 섬 그 자체가 박물관단지다. 유럽은 물론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찾아오는 세계적인 핫플레이스다.

 

박물관섬을 운영 중인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법인 측은 “페르가몬 박물관 등 고대 문화를 주름잡던 나라들의 유물 을 보유한 세계적으로 뛰어난 박물관 다섯 곳이 단지를 이뤄 시너지효과를 낸다”며 “박물관섬은 독일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라고 말했다.

 

image
독일 박물관섬 전경. 김요섭기자

 

■ 19세기 어부들의 섬, 박물관섬 브랜드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됐다

 

박물관섬이 있는 섬은 남북쪽 명칭이 다르다. 베를린 중앙을 관통하는 슈프레강 북쪽에 위치한 박물관단지가 있는 섬을 박물관섬으로 부른다면 섬 남쪽 지역은 어촌 자연마을인 어부들의 섬이다.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법인 측은 “구 박물관이 건립되기 전 1830년까지도 이 섬은 어부들의 섬으로 통칭됐다. 그러다 프로이센 왕국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영향으로 명성 있는 박물관들이 속속 건립되면서 1910년 후반부터 박물관섬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image
독일 박물관섬이 전시 중인 고대 그리스 전쟁과 지성의 아테나 여신상. 김형수기자

 

박물관섬에는 클레오파트라와 시저 등의 조각상이 전시된 구 박물관이 1830년 첫 건립을 시작으로 이집트 네페르티티(파라오 아멘호테프 4세 정실 부인) 조각상이 있는 신박물관이 1859년, 19세기 미술품들이 전시된 구 국립박물관이 1876년 각각 건립됐다. 이어 1904년 알렉산더대왕 초상화가 새겨진 금메달 등 비잔틴시대 예술품이 있는 보데 박물관, 그리고 근대인 1930년 고대 바빌론에서 출토된 이슈타르문(Gate) 등이 전시된 페르가몬 박물관이 완공됐다. 100년에 걸쳐 기존에 있는 박물관을 한곳으로 옮긴 게 아니라 박물관섬이라는 특정 지역에 계획적으로 박물관 다섯 곳을 건립했다. 프로이센 왕가의 소장품과 빼어낸 박물관 건축물로 박물관섬은 199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현재 페르가몬 박물관 등 보수 중인 박물관도 여럿이다. 외관은 전통 건축양식을 유지하고 내부는 편리성을 강조하며 공사 중이다.

 

삼성전자와 정보기술(IT) 컨설팅사업을 진행했다는 발레아씨(폴란드)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을 관람했지만 전시품과 건축물 등은 박물관섬이 으뜸이다. 어떻게 이런 고대 유물들을 이집트 등지에서 발굴해 통째로 독일로 가져 왔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image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이 독일박물관섬 가치창출을 위해 만들어  놓은 3D 파노라마관 내 페르가몬 제단. 김요섭기자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 박물관섬 운영·관리한다

 

박물관섬 운영은 독일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법인이 담당한다. 지난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과도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법인은 1957년 프로이센 문화재 수집 및 보존 등을 위해 설립됐다. 박물관섬 등 20여곳의 박물관과 국립도서관 등을 위탁 관리하며 직원수만 3천여명에 이른다.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법인은 서로 다른 색깔의 박물관 다섯 곳이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개성은 유지하고 운영은 통합 방침에 따라 박물관섬 하루 입장권인 통합티켓을 발행하고 각종 기획 전시 및 관리도 주도한다.

 

박물관 가치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는 2025년까지 전면 리모델링 중인 페르가몬 박물관 관람을 제한하는 대신 3D 파로나마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2천여년 전 튀르키예 페르가몬 도시 모습을 30m 높이의 원형 홀에 360도 파노라마로 생생하게 제작해 놓았다.

 

image
독일 박물관섬 전경. 구글맵 캡처

 

■ 파주 통일동산 국립문화시설 다섯 곳 늦기 전에 단지화, 통합운영 여론

 

독일 박물관섬은 꼬박 100년(1830~1930년) 걸려 조성한 박물관단지의 정체성을 갖춘 박물관섬이라는 브랜드를 창출해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파주 통일동산에도 오는 2029년까지 국립민속박물관 등 국립문화시설 다섯 곳이 들어선다. 박물관섬처럼 시차를 두고 계획적으로 건립된다.

 

박물관섬은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법인의 치밀한 관리 아래 박물관단지 다섯 곳의 정체성으로 강력한 문화브랜드를 창출해 냈지만 파주 통일동산은 현재까지 박물관들의 개별 문화적 색깔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운영 및 브랜드 창출 방안이 전무하다.

 

국내 박물관계의 한 관계자는 “파주 통일동산 국립문화시설은 일부(두 곳)만 건립되고 나머지 세 곳은 건립 전이어서 그런지 아직 운영이나 브랜드 창출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다”며 “행복청이 행복도시 국립박물관단지가 건립 전인데도 운영 법인을 출범한 것처럼 파주도 건립 후가 아닌 지금 K-컬처라는 바구니에 잘 담아내 그 정체성으로 한류브랜드를 구현해 낼 수 있는 운영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인터뷰 올리비아 초른 프로이센문화유산(재) 이집트박물관 부관장

 

image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법인 이집트박물관 부관장 올리비아 초른 박사. 김형수기자

“박물관섬이라는 명칭은 행정기관이 의도적으로 만든 브랜드가 아닙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모두가 마음에 들어 합니다.”

 

박물관섬을 위탁받아 운영 중인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법인의 이집트박물관 부관장인 올리비아 초른 박사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이센 왕이 1830년 구 박물관을 처음 건립하면서 예술·학문·문화박물관을 세우기로 계획했다. 이후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박물관섬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대 이집트학을 전공한 초른 박사는 “박물관섬은 100여년 동안 조성됐다. 박물관마다 고대유물과 특정 시대 건축양식 등이 고스란히 남아 199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박물관단지”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박물관섬이 세계적인 핫플레이스가 된 데 대해선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박물관은 하나의 건물에 하나의 콘셉트가 따로 따로 있다. 이곳은 박물관 다섯 곳이 각각의 콘셉트로 한곳에 모여 있는 세계 유일한 곳”이라며 “박물관을 통해 연구는 물론 사람들에게 예술과 학문 등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건축물 다섯 곳이 앙상블을 이루는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초른 박사는 단순 전시를 넘어 박물관의 가치 창출과 관련해 “특별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유럽 국립 박물관은 물론 인근 대학들과도 공동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며 “이집트 박물관 같은 경우 세계에 퍼져 있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과 협의해 연구와 세미나 등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재단 운영에 유물 수집 부서와 전시 부서들이 참여해 기획하고 여러 유물을 분류하며 협력해 전시기획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박물관 등 공사 중인 박물관에 대한 전통 유지와 현대양식 도입 등에 대해서도 털어 놨다.

 

초른 박사는 “1830년대부터 고유한 건축양식을 지켜 오고 있다. 외부의 경우 옛 모습은 어떻게든 전통을 살리고 내부는 친환경에 냉난방, 장애인들이 관람하는 데 편리하도록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