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전하는 희망 '愛너지'... 인천 '전문 자원봉사 어벤저스'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추성호·추성수·오숙희씨, 인천시자원봉사센터서 집수리 봉사 활동
각자 일하는 분야 다르지만 손발 척척... 전문성 살려 재능 나눔
“봉사하면 오히려 행복해”… 지역사회에 희망 선사 ‘따뜻한 동행’

“사랑은 다른 사람을 치료해준다. 사랑을 받는 사람이나 사랑을 주는 사람 모두 치료를 받는다.”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 칼 메닝거(1893~1990)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문제의 치유책은 바로 ‘사랑’이라는 의미다. 인천지역에서 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 사랑을 주고, 또 봉사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흘린 땀으로 바뀐 깨끗한 집 풍경을 바라보거나 집주인이 건넨 물 1잔으로 보람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집수리 봉사를 받은 홀몸노인이나 수급자들은 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만든다. 사랑으로 만드는 ‘지역의 힘’이다. 인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는 ‘전문 자원봉사 어벤져스’를 만났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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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호씨(왼쪽부터)와 오숙희씨, 추성수씨가 도배 봉사를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 ‘전문 자원봉사 어벤져스’가 떴다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한 7월 중순의 어느 날. 수일째 쏟아지던 빗줄기가 멈추고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오전 10시께 좁은 방 안에서 성인 남녀 3명이 벽지를 바르고 있다. 그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누가 물을 뿌린 것처럼 땀이 쏟아진다. 각자 허리에 찬 작업 벨트에는 칼과 밀대 등 도배에 필요한 도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능숙한 손길로 풀을 칠하고 벽지를 붙인다. 넘치는 부분은 망설임 없는 칼질로 잘려나간다. 전문가의 손길이다.

 

인천 서구 석남동의 뇌병변 장애를 지닌 A씨(72)가 사는 빌라에 모인 자원봉사자는 추성호(65), 추성수(62), 오숙희씨(65) 등 3명이다. 인천시자원봉사센터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자원봉사자 재능 나눔 사랑의 집 가꾸기 사업’에서 활동하는 전문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봉사단체에 속해 있다. 추성호씨는 ‘오성집수리’, 추성수씨는 ‘참사랑’, 오숙희씨는 ‘소망키움’ 봉사단에서 각각 활동한다. 하지만 이날은 봉사단에 상관없이 ‘어벤져스’로 뭉쳤다.

 

이들은 전문 분야도 제각각이다. 추성호씨는 난방공사나 보일러, 추성수씨는 수도배관, 오숙희씨는 도배 전문가다. 본업도 전문 분야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도배는 집수리 중에서 그나마 큰 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형제 사이인 추성호씨와 추성수씨도 시간을 내 참여했다. 전공은 아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오숙희씨도 인테리어업을 하는 자영업자다. 자신의 일이 없을 때, 혹은 일이 있어도 일정을 조율해 집수리 자원봉사에 나선다.

 

■ 이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이들은 왜 이렇게 더운 날 ‘사서 고생’을 할까. 추성호씨는 “대기업들은 큰돈을 기부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큰돈을 벌지 못한다”며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어 “내가 힘이 닿아 봉사를 할 수 있고, 그 혜택을 어려운 이웃들이 받아,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봉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성호씨는 “1개월에 6번 정도 봉사를 한다”며 “1년이면 70~80건가량”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몸이 피곤한데도 헬스장에 가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가는 것”이라며 “봉사도 마찬가지로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어 “봉사는 우리에게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며 “즐거움이 엄청 크다”고 덧붙였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1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봉사를 1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봉사를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는 게 추성호씨의 지론이다. 그는 “봉사는 첫발을 들이기가 어려워 그렇지 1번 빠져들면 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나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인데, 피곤하다고 집에 누워 있는 것보다 봉사를 하면 오히려 행복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유를 하자면 내가 좋은 음식을 먹으면 이분들도 같이 좋은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도록, 내가 좋은 주택에 살면 이들도 좋은 환경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동생 추성수씨는 “땀을 흘린 만큼 무언가 좋은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을 마치고 대상자 분들이 웃으면서 물 1잔을 주면 힘든 것들이 싹 사라진다”며 “봉사를 하고 나면 땀은 흘리지만, 즐거움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아내도 김포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음식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음식을 맛있게 대접하는 것이 아내의 기쁨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일점인 오숙희씨도 ‘보람’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자원봉사 활동을 나갔는데, 어느날 ‘기술 봉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이 도배다 보니 집수리 활동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이 힘들어도 끝난 뒤 달라진 집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았다”며 “그렇게 전문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엄마의 봉사활동 모습을 본 오씨의 자녀들은 이제 주말이면 봉사활동에 함께 나간다. 오씨는 “애들은 기술이 없으니까 주말에 와서 짐 옮기는 일을 주로 한다”며 “그만 하라는 잔소리 대신 고맙게도 호응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 자원봉사는 지역사회 활력 불어넣는 마중물

 

이들의 자원봉사 경력은 모두 10년 이상이다. 가끔은 서운한 마음도 들고,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추성수씨는 “나는 이렇게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데, 아주 가끔 대상자 분들이 당연하게 받는 것으로 생각할 때면 서운한 마음도 든다”며 “봉사를 하며 유일하게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추성호씨는 “예전에 집수리 일정을 잡았는데, 시간이 조금 길어져 대상자분이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다”며 “마음이 많이 먹먹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늘 집은 주차장도 있고 여건이 매우 좋은 집”이라며 “주차 장소가 마땅치 않아 길가에 차를 대고 자재를 옮겼는데 나중에 딱지를 끊긴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사무소 등 관공서 차량들은 길가에 주차를 해도 봐주는 경우가 있는데,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없으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며 “속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참고 한다”고 토로했다.

 

오숙희씨는 “우리가 처음 봉사할 때는 산 위에 집이 있었다”며 “당시에는 주거시설 환경이 매우 좋지 않아 아프신 분들이나 노인분들 집을 고쳐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윤창엽 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해 함께 나누고 사랑하는 지역의 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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