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농업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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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희 경기도농업기술원 친환경농업연구팀장

친환경농업에서 농업미생물의 사용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대체하기 위한 친환경농자재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방법이지만 기작(機作)과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같이 수행해야 하는 분야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장내 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이라는 용어가 각광 받으면서 미생물 군집의 역할과 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미생물 간 상호작용이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면 작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미생물은 육안으로는 관찰이 어렵거나 불가한 아주 작은 생물을 말한다. 지구상의 미생물은 1조개 이상이지만 세계미생물정보센터에 보존 중인 미생물은 310만 균주 정도다. 활용도가 낮은 보전종, 아직 분류되지 않은 종들의 활용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미생물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 미생물은 질소 고정, 유기물 분해, 불용성 인산 가용화, 호르몬 및 특정 효소 생성 등 다양한 역할로 식물의 생육을 촉진하거나 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과의 길항작용 및 항생물질 생성으로 병방제제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곤충에 병원성을 갖거나 살충성 단백질 생성 등의 기능은 해충을 방제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고 건조, 염류집적 등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미생물은 식물 및 동물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계돼 농업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현장에서 미생물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적으로 작물재배 시 수량 증대나 병해충 피해의 차이가 오롯이 해당 미생물 때문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생물 종류별로 기능적 특성이 다른 것을 보면 토양 내 상호작용으로 작물 생육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농업 분야에서 개발된 미생물에 대해서는 대상 작물, 구체적인 처리 방법, 미생물 배양 방법, 처리 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반화된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 수량 증대, 병해 감소, 당도 증진 등 구체적인 효과도 만들어 가야 한다. 또 그 효과를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품질 및 균종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친환경미생물연구소에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미생물을 수집 선발하고, 선발된 미생물을 환경이 다른 농가현장에 적용해 효과를 검토함과 동시에 환경조건과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미생물을 친환경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친환경 급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오이, 감자, 배추 작목에서 발병하는 흑성병, 더뎅이병, 뿌리혹병 등을 방제할 수 있는 미생물을 선발하고 토마토나 쑥갓 등의 수량을 증대시키고 품질을 좋게 할 수 있는 생육촉진 미생물을 선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또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하고 있는 광합성균, 고초균에 대해 기능성이 우수한 원균을 공급하고 고품질의 미생물이 농가에 보급되도록 생산관리 컨설팅을 지속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기작을 연구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친환경농업을 확대하기 위해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차근차근 찾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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