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도자의 초심과 참모의 충성심

image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경영학 박사

출중한 지도자 곁에는 유능한 참모가 있었다. 중국 전국시대, 유비를 촉나라의 황제까지 만든 참모는 제갈량이라는 유능한 참모였다. 유비 사후, 북벌을 감행하는 제갈량의 출사표는 구구절절 지도자에 대한 변치 않는 충성심을 담고 있다.

 

청년시절, 제갈량은 대기업 총수급인 조조가 참모로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냈으나 편지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추운 겨울 세 번 찾아 온 유비의 참모로 들어갔다. 당시 유비는 중소기업 사장급으로 체면을 유지하던 때였다. 조조가 스스로를 한나라 승상을 자칭한 반면 유비는 황제에 대한 충성심과 겸손에 충만해 있었다. 제갈량은 힘 자랑하는 권력자보다 충성심과 겸손으로 무장한 지도자를 존경하고 지도자로 모셨다.

 

유비의 참모가 된 제갈량은 황제의 정통성을 이어받자는 비전을 만들었다. 황제의 종친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며, 전략적으로는 천하삼분지계라는 계책을 올렸다. 세력과 권력을 한손에 쥐고 있는 조조와 맞붙어 싸우면 불리하니 천하를 세 개로 쪼개 안정시키자는 정책이었다. 유비는 제갈량의 계책을 받아들고는 무릎을 쳤다. 이때부터 최고의 책사로 인정했다. 유비는 죽을 때 자식이 왕권을 발휘할 능력이 부족하면 제갈량에게 후사를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끝까지 대를 이어 충성을 다했다. 이들 지도자와 참모의 아름다운 동행은 역사 속에 영원히 교훈으로 남아 오늘날 조직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한편 조조에게는 천하의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들어 인재가 차고 넘쳤다. 하지만 사후까지 충성을 바친 참모는 없었다.

 

조조의 지도력을 가장 높여 준 참모는 순욱이었다. 스스로 찾아온 그는 황제를 보호해 수도를 옮긴다는 정책을 올렸다. 기울어가는 한나라 황제를 보호한다는 명분 덕분에 많은 제후들로부터 인정받고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순욱은 제갈량처럼 명성을 앞세우지도, 주유처럼 화려하고 영웅적인 성과를 자랑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조조의 그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참모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조조의 권력욕은 심해져 갔다. 경쟁자를 제거하고 세력이 강해지자 나라 이름을 위나라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에 등극하고자 했다. 이때부터 조조와 순욱 사이에는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순욱은 조조 곁을 떠났고 건강이 악화돼 자리에 눕고 말았다. 참모들은 충성심을 거뒀고 곁을 떠나는 참모들을 매몰차게 걷어차 버렸다. 결국 조조 사후에 참모인 사마의가 반역을 해 진나라로 바꿨다. 지도자가 초심을 버리고 권력욕을 앞세워 충성스러운 참모를 버리면 어떠한 업보를 짊어지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