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예보에 침수 피해 우려...아크릴·나무판 등 임시방편 고작 道 “대피 전담 공무원 지정 대비”
“내일도 폭우라던데…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불안해서 잠도 잘 안 와요.”
12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한 다가구주택. 이곳 주택 반지하에는 전날 내린 폭우로 빗물이 범람한 흔적이 가득했다. 빌라 입구에는 비에 젖어 쓸 수 없게 된 망가진 가구와 담요가 쌓여 있었고 반지하 창고는 빗물로 가득차 있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반지하 주택은 대형 비닐봉지를 이용해 창문을 테이프로 막아둔 모습이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인근 반지하 주택 20곳을 둘러본 결과, 침수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물막이판을 설치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창틀이 지면과 5㎝ 높이도 되지 않을 만큼 거의 맞닿아 있는 곳에도 방범용 창만 설치돼 있을 뿐이었다.
주민 고성민씨(68)는 “반지하에 사시는 분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물막이판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은 것 같다”면서 “대부분은 아크릴판이나 나무판을 이용해 각자 임시방편으로 막아놓는 수준이라 비가 오면 피해가 클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주택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붉은색 벽돌의 구축 빌라가 몰려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계단을 6~7칸 내려가야 출입문이 있는 반지하 가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반지하 주택 중에 물막이판이 설치된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경기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폭우 피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반지하 주택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부터 시간당 30~8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침수 우려가 큰 반지하 등 취약 가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사전 안전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반지하 주택은 8만7천914가구로 이 중에서도 침수 우려가 있는 해당 주택은 8천861가구(재난지원금·풍수해보험금 수령 기준)이다. 도는 반지하 주택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요조사를 통해 4천312곳에 물막이판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반지하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침수 우려가 큰 반지하는 모두 물막이판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물막이판 설치 사업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