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인 ‘르네상스’에 향교의 변화를 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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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인 양지향교 장의

용인의 물리적인 변화가 대단하다. 특례시, 반도체, 물류의 거점 등등. 주역(周易)에서는 변화를 자연과 인간의 필연적인 일상으로 본다. 현 용인시장 취임에 변화된 구호가 눈에 띈다. 용인 ‘르네상스’, 교과서에서 ‘문예부흥’으로 배웠던 구호가 낯설지 않고 다른 지자체보다 설득력이 있어 자부심도 느낀다. 그간의 마뜩잖은 구호보다 변화가 보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기는 바다.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 및 국가 발전을 꾀한 세종대왕,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의 메디치 왕가에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조선의 어린 선조에게 군주론인 ‘성학십도(聖學十圖)’와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올린 퇴계나 율곡 이 모든 분이 15~16세기에 동·서양 사회나 학문의 르네상스와 변화를 이끌었다고 본다. 차이라면 서양은 문예부흥에서 과학기술로 변화를 이뤘고 우리는 변화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 구절도 르네상스를 암시한다. 용인의 시대적 요구인 변화는 무엇일까? 우리 국가경쟁력은 산업 전반에서 이미 상위권이며 특히 용인을 메카로 선점한 K반도체는 향방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K팝, K푸드, K드라마 등 K문화가 세계화되는 점에 착안해 우리만의 우수한 전통을 르네상스의 요체인 문예부흥 운동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용인에는 양지향교, 용인향교, 심곡서원 등 전통 공간 아이템이 존재하나 시민들은 거의 제향 공간으로만 알고 있다. 원래 향교와 서원은 조선시대 현(縣)마다 설치한 지방 정신문화 창달의 관학 기관이었고 현 지방소재지 초등학교는 대부분 향교 명륜당(明倫堂)이 효시다.

 

양지향교(陽智鄕校)는 1504년 창건한 반 천 년 역사 시공간이다. 대성전(大成殿)에 공자·4성·2현과 설총(薛聰)에서 박세채(朴世采)까지 우리 선현 18위, 총 25위를 모시고 매달 삭망분향(朔望焚香), 가을 석전대제(釋奠大祭)를 올린다. 인문교육 차원의 서예 부문이나 예절교육 등 전통을 잇고자 노력하나 역부족이다. 조상의 고결한 숨결을 죽은 공간에 방치하는 느낌에 선현과 조상께 죄스러움이 앞선다. 용인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공간을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지난 6월 말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차제에 용인도 향교·서원을 ‘인문학·인성 교육장’으로, 또 다른 르네상스의 거점으로 삼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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