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요? 날씨가 더워서 잠깐 벗은 것 뿐입니다.”
2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생활주택 건설 현장. 넓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 지상 6층의 철근 구조물이 올라가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근로자 한 명이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철근 구조물을 타고 2층과 3층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작업했다.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최상부에는 근로자 한 명이 안전모 대신 챙모자를 쓴 채 그대로 서서 일을 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지속됐다.
인근 일대의 공사 현장 5곳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이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근로자 A씨는 “야외에서 작업하면 안전대를 걸 곳이 없는 상황이 있다”며 “빠르게 작업하다 보니 안전모를 깜박했다”고 변명했다.
같은 날 의왕시 고천동의 한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 근로자 한 명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사다리 이용 작업 시 2인 1조가 원칙임에도 혼자서 사다리에 올라가 위태롭게 작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기지역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근로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2022)’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로 숨진 644명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자체별로 보면 경기도가 192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남도가 59명, 경상남도가 57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 341명 중 ‘떨어짐’이 204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끼임(24명), 부딪힘(23명) 등 후진국형 사고가 65.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안전 수칙 미준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달 31일 수원의 한 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고소작업대에 탑승해 조작 중 천장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다. 또 지난 4월에는 파주시의 스크린 골프장 공사현장에서 작업자가 계단 돌 부착작업 중 뒤로 넘어져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하기도 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모만 제대로 써도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안전관리와 책임 의식이 소홀하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안전점검단의 실질적인 지도·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안전사고 사전 예방을 위해 건설사별로 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안전보건 관리구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시로 위험성 평가를 진행해 현장의 위험 요인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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